대통령이 야당후보 미는 '이상한' 인도네시아 대선

2024-01-19 10:40:44 게재

조코위, 아들 영입 야후보 지지

80%지지, 후보 모두 "대통령 계승"

인도네시아 대통령선거가 2월 14일 치러진다.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3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상한 것은 현 대통령이 여당이 아닌 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이다. 현 조코위 대통령은 여론조사 1위인 야당 그린드라당의 프라보워 후보를 지지한다. 여당인 인도네시아 투쟁민주당(PDI-P) 간자르 후보는 지지율 3위다.

프라보워 후보는 2014년과 2019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두 번 모두 조코위 대통령에 밀려 낙선했다. 대선 뒤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조코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그를 국방부 장관에 앉혔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자신이 속한 여당 후보가 아닌 그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PDI-P의 당수이자 전 대통령인 메가와티와 조코위 대통령의 관계가 단단히 틀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은 프라보워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뛰고 있다. 36세인 기브란은 40세 이상만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나올 수 있어 연령 제한에 걸려 출마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대통령과 부통령 출마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선거법이 위헌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전력이 있는 사람은 연령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소원을 5대4로 인용했다. 이에 따라 국회도 선거법을 개정했다. 이 덕분에 36세인 기브란은 이번 대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이 역임했던 수라카르타 시장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이번 위헌 결정에는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이자 기브란의 고모부인 안와르 우스만 헌재 소장이 이해 상충 방지 의무를 위반하고 배석해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헌재 윤리위는 최근 안와르 소장의 소장직을 박탈하기로 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한때 3위인 간자르 후보가 1위인 프라보워 후보를 앞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9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차르타 폴리티카의 조사 결과 대통령 후보이자 현 국방장관인 프라보워 그린드라당 총재와 그의 러닝메이트인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의 지지율은 34.7%를 기록, 36.8%를 얻은 여당 후보 간자르에 뒤졌다.

하지만 프라보워 지지율은 조코위의 지원 등에 힘입어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7일 최근 여론조사 평균이라며 1위 프라보워 후보 44%, 2위 아니에스 후보 26%, 3위 간자르 후보 23%라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프라보워 후보와 단독으로 만찬을 하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른 두 후보진영에서 대통령의 프라보워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모습은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80%에 가까운 국정 지지율을 얻고 있으나 재선을 1회로 제한한 헌법 규정 때문에 2024년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때문에 세 후보 모두 현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을 대체로 계승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2월 14일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오는 6월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장병호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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