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작 의혹' 전 청와대 정책실장 줄소환

2024-01-23 11:20:11 게재

검찰, 한차례 영장기각에도 윗선 수사 속도

야권 '표적수사' 반발 … 총선 전 기소 전망

문재인정부의 집값 등 주요 통계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 청와대 정책실장들을 줄줄이 소환조사하는 등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야권에서 '정치보복'이라 반발하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언제쯤 수사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 형사4부(송봉준 부장검사)는 전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통계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소환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앞서 검찰은 지난주 이호승, 장하성, 김상조 등 전임 정책실장들을 연이어 조사했다. 16일에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 통계를 미리 받아보고 직권을 남용해 통계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검찰 수사는 감사원의 의뢰로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청와대와 국토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해 최소 94차례 이상 통계 수치를 조작하도록 했다며 전 정부 정책실장 4명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전 실장(당시 사회수석비서관)은 장하성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2017년 6월부터 국토부가 집값 변동률 확정치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와 '속보치'를 청와대가 먼저 받아볼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통계법에서는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하기 전 다른 기관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은 그럼에도 장 전 실장에서 시작된 통계 유출이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정책실장 재임 때까지 계속됐다고 봤다.

감사원의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 국토부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달 초에는 윤성원 전 국토부 차관과 이문기 전 행복도시건설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재인정부에서 각각 국토부 1차관과 주택토지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부동산원이 통계 수치를 조작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됐지만 검찰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해왔다.

김 전 실장까지 소환되면서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22명에 대한 1차 조사는 마무리 된 상태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지 4개월 만에 윗선 조사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면서 4.10 총선 전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찰은 우선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한편 김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피의자들이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검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전 정부에 대한 표적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어 검찰의 향후 수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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