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보법 진통 끝에 출연율 '찔끔 인상'

2024-01-29 10:51:01 게재

법정출연율 0.04 → 0.05%로 올려

0.07% 적용은 2년간만 허용하기로

하한선 아예 삭제, 갈등 소지 남아

지역신보법 개정안이 진통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18년만에 법정 출연율을 인상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미미한 인상율과 여러 단서 조항 등 갈등 소지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역신용보증기금에 대한 '법정 출연요율(출연율)' 인상을 뼈대로 하는 지역신보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출연율 인상은 지역신보의 보증여력을 늘리기 위한 핵심 조치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지역신보의 보증잔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지역신보가 대신 갚아준 소상공인들의 은행빚도 크게 늘어났다. 해당 금액은 지난해(1~11월) 1조5521억원으로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253%나 폭증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은행권의 지역신보에 대한 출연율을 현행 0.04%에서 0.05%로 올리는 것이다. 다만 신규 보증 제공의 시급성을 감안해 2년간 한시적으로 0.07%를 적용키로 했다.

출연율 상한선은 별도로 정했다. 최대한 늘려도 이 선을 넘지 못하는 기준이다. 기존 0.1%에서 0.3%로 올렸다. 대신 하한선은 삭제됐다.

지역신보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25일 여야 국회의원들이 법안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이번 개정안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2006년 제도가 시행된 이후 18년만에 처음으로 출연율이 인상된 것이기 때문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출연율이 0.07%로 상향될 경우 지역신보의 보증여력은 최대 연간 1.56조원 규모가 늘어난다. 지역신보의 소상공인에 대한 평균보증금액은 3100만원이다. 법이 허용한 운용배수(10배)와 인상으로 확보된 출연금(1564억원)을 합산하면 소상공인 약 5만명을 도울 수 있다.

◆"일단 올리지만 제도화는 안돼" = 아쉬움은 남는다. 인상분이 말 그대로 '찔끔'이기 때문이다. 0.07%로 상향했다고 하지만 2년간 한시 적용이다. 2년 뒤 법정 출연율 자체를 재검토한다는 조항이 붙었다.

더 큰 우려는 '하한선 삭제'다. 중기부의 인상안을 수용하는 대신 금융위는 하한선 삭제를 요청했고 보증여력 확대가 시급한 중기부측은 이를 받아 들였다. 하지만 2년뒤 출연율 적정성 재검토 조항과 하한 삭제가 동시에 가동되면 현행보다 더 낮은 쪽으로 법정출연율이 하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처럼 인상률 문제가 진통을 겪는 것은 은행에 대한 압박과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금융위 입장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시로 은행권에 소위 '상생 금융'을 요청하는 정부 입장에선 지역신보에 대한 출연율까지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하기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결국 이번 합의는 요구가 하도 많으니 출연율을 조금 인상하되 제도화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눈 앞의 과제는 시행령의 조속한 개정이다. 국회는 그간 여론에 못 이겨 법안을 개정 혹은 제정한 뒤 시행령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다 법안을 무력화한 일이 잦았다.

◆정부 소상공인정책 변화 필요 = 대출과 보증에 기대는 자영업·소상공인 생존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보증을 중단하고 대출을 회수할 순 없지만 장기·복합 불황에 대비해 경영 방식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금대출 중심의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대출은 곧 빚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분야를 연구하는 학계 관계자는 "정부의 소상공인정책은 대부분 대출 중심"이라며 "특히 코로나19 대유행부터 지금까지 4년간 정부는 보증 확대, 대환대출, 원금상환 유예 등으로 소상공인 빚을 늘려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사실상 정책자금 탕감으로 모럴헤저드(도덕불감증)까지 조장하고 있다"며 "소상공인이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중소기업정책을 담당했던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상공인정책은 선거관리용으로 추진된 측면이 강하다"면서 "현재의 부실한 소상공인 통계를 강화하고 협동화를 통한 규모 확보 등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김형수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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