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질적 택시 승차난 잡는다

2024-01-31 11:02:45 게재

요금인상·심야할증에도 골라태우기 여전

법인택시 현장조사, 21곳 모든 업체 적발

서울시가 고질적인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택시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현장과 괴리가 큰 정부 방침에 적극적인 이견을 제시하는 등 관련 정책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연말 서울시 택시승차지원단 소속 직원들이 승차 거부를 단속하고 시민들의 택시 잡기를 돕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31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와 국토부는 택시 정책을 두고 이견이 크다. 대표적 사례가 전액관리제다. 국토부는 월급제를 기반으로 한 전액관리제를 고수하지만 서울시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기사들의 몫을 메꿔주는 방식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법인택시 업계는 국토부 방침대로 기사가 회사에 납입하는 금액(기준금)을 월 480만원으로 잡고 이를 초과하는 수익을 올린 기사에게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나마 정액 월급제를 보완하는 방식이지만 폐해는 여전하다.

서울시 추정으로 전액관리제를 제대로 이행하는 법인택시 회사는 10%도 되지 않는다. 추가 입금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거나 기준 입금액 미만일 경우 정액 월급(200만원)에서 부족분을 제외하고 지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부제 풀리니 택시 면허값만 올라 = 부제 해제는 서울시와 국토부 입장이 크게 갈리는 분야다. 국토부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택시 수요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2022년 11월 45년간 이어오던 택시 부제를 해제했다.

국토부는 이후 운행에 나선 택시가 30% 이상 늘었다는 추산을 내놨지만 서울시 입장은 다르다. 택시 수요가 가장 몰리는 시간은 저녁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다. 서울시 택시 기사 가운데 59%는 65세 이상이다. 고령의 기사들은 승객과 다툼, 취객 대응 등 힘든 일이 많은 야간 운행을 꺼린다. 시 관계자는 "부제는 공공이 택시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본인들이 편한 주간 시간대에만 영업하려는 기사들을 막을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요금이 인상되면서 서 있던 택시들을 운행에 나서게 할 요인은 발생했다. 심야 요금이 약 40% 가량 인상됐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곤 사고 위험과 각종 불편꺼리가 많은 심야 운행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 여지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면서 택시 면허값이 기존 8000만원대에서 9000만원대 중반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교통분야 전문가들은 목적지 미표시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택시 승차난을 근본적으로 잡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목적지가 표시되면 택시기사들이 돈이 되는 승객을 골라 태우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이 장악한 호출서비스에서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교통분야 전문가는 "목적지 표시는 택시 수가 늘었는데도 택시 잡기를 여전히 어렵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개인택시 업계 주장에 힘을 보태 목적지 미표시를 반대한다.

◆모든 법인택시 조사 나설 것 = 서울시가 법인 택시 회사들을 대상으로 전액관리제 이행 전수조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1곳 업체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21곳 모든 업체에서 불법적인 임금공제 등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시는 이번 조사가 전액관리제 안착을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안팎에선 이번 조치가 규제 완화의 허점을 이용, 승차난 해소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요금 인상의 수혜만 챙기려는 택시업계에 대한 압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는 올해 안에 254개 법인택시 회사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전액관리제 기준인 '480만원' 납입금에 대해서도 적정성 검토에 착수한다. 전액관리제 위반 행정처분은 1차 500만원, 2차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처분일로부터 1년 이내 다시 3회 이상 위반한 경우 차량 운행 대수를 강제로 줄이는 감차명령을 받는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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