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성공 조건 | ①과감한 거버넌스 개혁

경영권 프리미엄 집중 … 낮은 주주환원 해결해야

2024-01-31 11:23:36 게재

올해 1월 한국 증시 글로벌 '꼴찌' … 저평가 심화

상장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자본시장 선진화 핵심

미국과 일본 증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부진의 늪을 헤매는 중이다. 우리 주식시장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때문이다.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과 같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을 압박해 스스로 경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게 하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부양하자는 목적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를 통해 우리 증시가 레벨업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외 경제의 지속 성장과 함께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의 근본 원인인 거버넌스(지배구조)상의 문제와 소액주주의 이익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 등 제도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과 증시 부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주식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올해 1월 한국 증시 성적은 G20국가들 중 꼴찌다. 새해 첫 거래일 증시 개장식에 역대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증시 부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더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가 저평가의 늪을 벗어나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일본 금융당국이 펼친 것과 같은 과감한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는 2월 우리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을 위해서는 상장사 스스로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강제되어야 한다.

◆중국보다 더 떨어진 코스피 =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종가기준) 작년 말 대비 5.9% 하락한 2498.8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5.5% 떨어졌다. 이는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같은 기간 7.8% 상승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미국 S&P500와 나스닥지수는 3.3% 올랐고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다우지수는 2.1%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경기불안 우려가 심한 중국 상하이지수(-4.9%)보다도 더 떨어졌다.

한국 증시 하락 이유는 실적 발표 기간을 맞아 기업들이 부진한 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적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중이다. 무엇보다 현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과연 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영향으로 PBR 1배 미만의 저평가 주식 중심으로 단기 모멘텀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 움직임이 지속가능한 구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경제가 지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제고 강제 = 최근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당국은 오는 2월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할 계획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 ROE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 공시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으로 확인된다. 주주친화적 기업에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도록 관리할 예정임에 따라 최근 저PBR 종목들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국의 큰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하라지만 강력한 제재방법 없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실효성을 위해서는 상장사들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 증시가 올해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일본 금융당국이 펼치는 과감한 거버넌스 개혁의 효과가 결정적"이라며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한국의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해당하는 프라임, 스탠더드시장에 상장한 업체 중 PBR이 1배 이하인 3300여곳에 주가 부양을 위한 개선책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시하도록 요구했다. 거래소는 만약 목표대로 해당 기업이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상장 폐지 가능성도 열어놓아 기업이 주가 부양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강제했다.


◆제도적 개혁 필요 =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인 거버넌스의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상장사 거버넌스 개선이 자본시장 선진화 핵심이라는 얘기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증시의 지배구조상 문제점은 △대주주에 집중되는 경영권 프리미엄 △물적분할 리스크와 모자기업 동시 상장 △ 낮은 주주환원 유인 등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주주 및 기관투자자는 제외될 수밖에 없어 불합리한 구조. 소액 주주 및 기관투자자 피해 막기 위해서는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다. 낮은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 미흡과 지배주주 사익추구 등은 기업 지배구조 취약성 때문으로 지적된다. 이것이 만성적 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 지속돼 왔다.

실제 지난 1990년 이후 코스피의 흐름을 살펴보면 장기 관점에서는 우상향하는 듯 보이지만 인플레를 고려하면 장기간 박스권에 갇힌 상황이다. 코스피를 소비자물가(CPI)지수로 나눈 실질 지수는 우려처럼 횡보하는 박스권 상황임을 알 수 있다. MSCI에 따르면 한국 주식은 과거 3년간 연 평균 2% 손실을 기록했다. 2% 배당수익률 감안하면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평균 코스피는 4% 하락한 셈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신임 회장은 "과거 10년을 보면 코스피는 연 5% 총수익 (2% 배당 수익률 포함) 을 기록했는데 물가상승률과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과거 10 년간 코스피 주가 상승은 제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한국 주식투자 성과가 형편없는 이유는 상장사의 나쁜 거버넌스 때문"이라며 "주가 디스카운트 문제를 제공한 당사자인 상장사들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일본 거버넌스 액션 프로그램 핵심을 살펴보면 △기업은 매출과 이익의 성장에만 집중하지 말고 주주 입장에서 자본비용과 투자효율성을 따져봐라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서 주가 저평가 원인을 따져보고 해결책을 공표해라 △이런 내용을 주주들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피드백을 액션에 반영해라 등"이라며 "기업 가치를 장기간 파괴한 상장기업들이 결자해지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본격적으로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