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차의료정책

“지역일차의료, 필수의료와 동시 혁신해야”

2024-02-06 00:00:00 게재

초고령사회 부담 최소화할 '지역의료 안전판' 마련 중요 … “건강증진, 중증화 예방정책 대폭 확대”

수도권·대형병원 쏠림에 따른 지역의료 공백, 진료량 감소와 보상수준의 불균형으로 인한 필수의료 기피 흐름, 불필요한 의료이용 증가 등 보건의료 문제는 환자의료이용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더욱이 예고된 ‘급속한 노인인구 증가’는 고혈압 당뇨병 치매 등 노인성 질환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 이에 지역 주민의 건강증진과 중증화 예방을 위한 만성질환관리 등을 수행하는 일차의료분야가 매우 중요해 진다. 정부는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건강보험을 혁신해 필수의료를 보장하고 의료개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종합계획에 담긴 일차의료 관련 부분을 살펴보고 일차의료 혁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초고령사회로 진입은 기존의 치료중심 보건의료정책에서 예방과 중증화를 막는 정책으로 전환을 요구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노인인구의 급증은 만성질환자와 의료비부담 증가라는 사회문제를 확대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인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나라들의 대응을 답습하다가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때문에 정부와 국회의 보건의료정책 담당자와 전문가들은 보다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6일 “초고령사회 대응으로 노인의 건강관리와 의료비 절감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며 “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일상건강관리와 경증의 중증화를 예방할 수 있는 일차의료를 전국적으로 제공하는 보건의료정책을 강력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부담을 최소화할 장치 마련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75세 이상 후기 노인으로 갈수록 여러 약을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복약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복지부, 올해 만성질환 관리 전국사업으로 전환 =보건복지부는 4일 오후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8년)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대목에 의료비 지출의 증가 요인으로 노인인구 증가와 사회적 입원 문제가 제시됐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의료 이용 빈도가 많고 내원 시 진료양도 많아 의료비 지출 증가의 핵심적 요인이 된다. 최근 10년(2013~2022년)간 전체 의료비는 연평균 8.1% 늘었다. 반면 노인층에서는 10.4% 늘었다. 2022년 연평균 의료기관 내원 횟수는 전체 21.5회인 반면 노인층에서는 43.1회로 나타났다. 같은 해 내원 1회당 의료비 지출액은 전체는 9만7000원인 반면 노인은 11만5000원으로 많았다.

전체인구 감소와 핵가족 노인부부 홀노인 등 가족형태 변화 등으로 가정에서 노인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노인인구의 사회적 부양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생산인구 100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비율이 올해 27.4명에서 2028년 34.8명으로 1.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지역 만성질환 통합관리체계 구축 계획을 밝혔다. 계획안을 보면 환자의 접근성이 높은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만성질환의 포괄관리서비스를 확대한다. 현재 109개 지역 고혈압 당뇨병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전국 단위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대상질환을 확대한다.

그리고 △예방-통합적 건강관리 중심의 일차의료 기능을 확립 △다학제협력체계 강화 △일차의료 기능에 부합하도록 병상·장비 기준을 합리화, 인구·성과 기반 보상체계 등을 검토한다.

또 복합·만성질환에 대한 다제약물 복용자 증가 등을 고려해 약물 부작용과 건강위험을 줄일 수 있는 관리체계도 올해 구축한다. 환자와 요양기관 특성에 따른 맞춤형 처방 정보를 제공하고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실시간 의료이용 확인 시스템 등과 연계해 과다·과잉 처방을 관리한다. 지역사회 노인요양·돌봄과 연계하고 다제약물 복용자를 대상으로 약물점검과 상담 서비스를 진행한다.

김 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려면 건강한 노인을 위한 노쇠예방사업, 만성질환 노인을 위한 노인주치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요양병원 개편, 임종을 앞둔 노인을 위한 가정 호스피스 등이 마련돼야 한다”며 복지부가 이를 ‘구체적’으로 보완·추진해야함을 강조했다.

◆만성질환 팀제적 관리 가능한 지불제도 필요 =우리나라 의료이용체계에서 환자 중심 기반 확산을 위해 일차의료체계의 기능과 역할 변화가 제시된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 보건의료정책 전망과 과제’보고서에서 “초고령사회 진입이 주도하는 보건의료정책 환경에서 일차의료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2022년 유엔의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4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노인인구의 사망 감소와 생존율 증가는 의료비 지출 증가 현상을 확대할 것이므로 적절한 대응을 위해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

노인인구 증가는 치료 중심의 접근으로 발달해온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시스템의 허약성을 노출한다. 선제적 예방과 환자 돌봄서비스가 매우 부족한 것이다.

강 선임 연구위원은 ‘일차의료 가치 기반 지불모형 개발’을 제시한다. 기존 만성질환관리사업은 행위별 수가를 기반해 서비스를 추가해 보상한다. 일차의료의 다학제 팀기반 접근을 실질적으로 작동하는데 어렵게 만든다. 예방 기능으로 지출 효과성이 높은 일차의료의 가치를 반영한 지출모형과 시범사업이 필요하다.

환자 중심의 가치 기반 의료제공에 기초한 일차의료기관의 기능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과 측정과 보고가 가능한 정보기술(IT)과 지원인력 활용, 정보시스템 운영, 표준화된 전자의무기록 등을 갖춰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지사를 통해 지역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일차의료 제공자의 관리활동을 지원하는 정보시스템 운영과 행정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 공단의 정보 시스템을 통해 의료제공자가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를 신청할 경우 지역사회 자원을 환자에게 안내하는 코디네이터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운영하는 지역협의체 기능을 늘려 지역사회 건강증진 사업을 수행하는 보건소, 지역복지서비스를 관할하는 지자체, 지역의사회 등이 상시 협력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구축, 정보 접근성, 관련 역할에 대한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대상자 중심으로 분산된 의료비 지원사업의 재원을 통합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가입자에 대한 재난적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산정특례, 본인부담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 기타 비용 지원사업을 통합해 가입자 상황에 맞게 의료비지원사업을 연계한다.

한편 환자중심 가치 기반 의료로의 혁신은 디지털 이용으로 촉진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를 통해 환자의 건강 편익을 증대시키고 결과적으로 예방과 비용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은 건강 성과를 높이고 의료비 절감이라는 선순환 가치에 기반한 의료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며 “지역주민 대상 일차의료 가치기반 지불모형을 개발·시범운영하고 건강보험 의료질 평가체계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