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노사, ‘노조간부 근태불량’ 익명투서로 갈등

2024-02-06 00:00:00 게재

경찰조사로 노무팀원 계약직 사칭 투서 ‘들통’ … 노조 부당노동행위 제소, 사측 “공익제보일 뿐”

LG이노텍 구미공장에서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노경팀 직원이 계약직을 사칭해 노조간부 근태불량을 지적하는 익명 투서를 보냈다가 들통났다. LG이노텍이 노사관계를 70년대로 되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LG이노텍 노조위원장, 인사노경팀장, 생산담당자 등 3명 앞으로 노조간부의 근태를 지적하는 익명의 투서가 배달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산하 LG이노텍노조(노조)는 2일서울 강서구 LG이노텍 본사 앞에서 ‘노경팀 투서 공작사건 규탄! 경영성과급 지급! 진급제도 개선! LG이노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금속노조 제공

투서에는 노조간부가 ‘수시로 자리를 비운다’ ‘평일에 할 일 없이 돌아다니다가 주말에 특근까지 한다’ 등 근태불량을 지적하며 엄벌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2년 7월 들어서 현 노조 집행부는 8월 초 회사가 ‘2024년 평택사업장 폐쇄 및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이의를 제기하며 고용안정을 둘러싸고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노조는 투서에 계약직 직원이 쉽게 알수 없는 구체적인 근태사항까지 담겨있는 점을 의심하고 경찰에 발송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초 경찰조사에서 LG이노텍 노경팀 직원이 투서를 발송하는 모습이 우체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노조에 따르면 이후 노경팀장은 이중일 노조위원장을 찾아와 “팀장이 내가 지시한 일”이라고 했고 해당 팀원도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같은달 13일 ‘4Q 전사 노정협의’에서 피플케어(인사)담당(상무)도 “노경팀장과 팀원의 일탈”이라고 인정했다. 사측의 고위관계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지만 진척이 없었다.

노조는 “징계 규정에 명시된 타인을 음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 또는 제보한 것으로 명백한 징계사항인데 해당 팀장과 팀원은 변함없이 업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조는 같은달 말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에 해당한다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노조는 “현 집행부가 회사에 고분고분하지 않자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사용자가 노무담당 직원을 시켜 계약직인 냥 가장한 채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노경팀 자작투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측이 “공익 제보”라며 입장을 바꾸고, 진급 전형에 논란을 만들어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 동안 노사합의로 시행해오던 진급시험 전형을 사측이 올해 1월 2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 1년간 잰행해온 진급제도에 대한 노사협의를 중단하고 경영성과금 산정방식에 대한 노조의 재설계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면서 “현 노조 집행부와 협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조합원들로부터 고립시키고자 한 계산된 의도”라고 비판했다.

사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노조간부의 일탈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익명 제보로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해 원칙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라며 “진급 등 인사제도는 정당하게 보호돼야 하는 회사 고유 경영권이고, 특히 성과급은 2021년부터 구성원에게 공유한 산정기준에 의해 매년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제도는 구성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중일 위원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표적수사와 투서공작이지 노조의 노조간부 비호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해 비상경영체제에서 전 임직원이 한마음 돼 8300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미미한 성과급을 지급하려한다”면서 “구성원들에게 줄 돈은 없다더니 투서를 공작한 노경팀을 살리려고 건당 수임료가 1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섭외했다”고 지적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