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성공 조건 ② 소액주주 권익보호

배당확대·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 본격화

2024-02-06 13:00:02 게재

독립적 이사회 중심으로 상장사 스스로 기업구조 개편 … 가치 제고 위해 나서야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는 한국 증시 레벨 업을 위해 도입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에는 소액주주 권익보호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를 위해서는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투자자 친화적 자본시장 기조가 결국 기업들의 고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 확대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아닌 독립적 이사회를 중심으로 상장사 스스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PBR 1배 미만 기업 절반 이상 =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은 절반 이상이다. PBR 1배는 소위 청산가치로서 평가하는 잣대로 회사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재고자산 등 모든 것을 청산하고, 남아있는 순자산가치 정도는 평가를 해줘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인식하는 수치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 절반은 위기상황이 아님에도 PBR 1배를 하회하고 있다. 한국 상장기업 중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 이상인 기업 비중 또한 26.7%에 불과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장기업들이 영업에만 치중했고 자본 효율성 및 주주환원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자본비용, 배당성향 등 내부적인 요소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PBR 1배 이상의 가치를 평가 받기 위해서는 순자산가치 그 이상을 비재무적 관점에서 평가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상장사들이 과도한 현금 보유, 무수익 부동산 투자, 다른 상장사와 자사주 맞교환 등 손익 성과에만 집착하면서 재무상태표를 비효율적으로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무상태가 모범적인 기업은 이익을 발생시킬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 그리고 유사시를 대비한 유동자산 사이에서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또한 부채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여야 하며, 주주들을 위해 많은 이익을 발생시킨 실적이 있는 회사를 말한다. 빚이 너무 많거나 유형자산이 너무 적거나 아니면 적자가 누적됐다면 재무상태가 나쁜 상황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같은 간판 상장사들은 초일류 제품 만들고 업종 최고 경쟁력 자랑하면서도 국제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는 탈락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일례로 중국의 비야디(BYD)는 작년 말 기준 MSCI 세계 10대 자동차 및 부품사 리스트에 진입했지만 현대차는 탈락했다. 삼성전자는 최고의 반도체 및 스마트폰 제조사이고 LG전자는 세계 1등 가전업체이지만 MSCI 세계 10대 우량기업 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한 반면 대만의 TSMC는 포함됐다.

포럼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들은 치열하게 제품 및 기술 경쟁할 뿐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물 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만 기업들은 TSMC를 중심으로 수십년 간 주주친화적 경영을 해서 국제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가 높다. 일본이 수년 째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재무상태표를 비효율적으로 방치한 국내 상장기업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로 소액주주 이익 침해 =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PBR 등 우리나라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 스스로 해결해야할 과제 등이 산적해 있다. 특히 지배주주가 사적이익을 추구할 유인은 높은 반면에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소액주주 권리보호 수단, 이사회 기능 등이 취약한 상황이다.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의 경우 배당과 같이 주식 비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귀속되는 현금흐름 이외에도 내부거래, 과도한 수준의 보수, 사업기회의 유용 등을 통해 회사로부터 추가적인 이익, 이른바 지배권의 사적이익을 누려왔다. 기업의 자원과 이익을 위법 혹은 편법적 내부거래 등을 사용해 경영권을 가진 집단이 전용, 도용, 이전하는 터널링(tunneling) 등이다.

대표적 사례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해당 계열사의 가치를 높인 후 상장 등을 통해 상속 자금을 마련하는 행위 등이 있다.

이러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대리인 문제는 기업구조개편에서도 많이 발생했다. 지배구조개편에 있어서 기업가치 향상 등의 고유한 목적 보다는 계열분리 및 승계, 지배권 강화, 법률위험 회피 등 지배주주 이해관계만을 위한 개편 등으로 소액주주 간의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배주주인 총수일가가 작은 지분으로도 기업을 지배하고 있어 배당에 인색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현상은 단기투자 차익 위주의 시장을 형성하는 인이 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는 결국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 가치를 훼손시킨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지배구조 개선정책 확대 및 지속가능성 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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