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묻지마 투자’ 주의보

2024-02-06 13:00:01 게재

실적·성장성·주주환원 가능성

주가수익률·배당률 확인 필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저PBR주에 대한 투자가 과열되면서 ‘묻지마 투자’ 주의보가 울렸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 가능성, 주주환원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 자체만 주목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옥석 가리기를 당부했다.

◆보험·자동차·은행 업종 중심 상승 =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국내 증시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 대비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정부의 저평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 덕분이다.

업종별로는 보험(22.9%), 자동차(18.9%), 은행(15.3%) 등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디스플레이(-3.7%), IT하드웨어(-2.8%), 미디어교육(-2.0%) 등은 하락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 예고된 지난달 17일 이후 PBR(1주당 순자산가치) 1배 이하인 상장사들의 주가가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증시에 급격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단순히 저평가 여부만을 고려해 투자 접근이 이루어진 경향이 높은 모습이다. 저PBR 종목들이 모두 이번 정책의 수혜를 입게 될 것이란 기대가 만연해졌다는 점도 문제다.

◆이익률·주주환원 성향 반영 선별적 접근 필요 =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이 언급된 이후 밸류에이션 관련 지표들은 낮을수록 더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그리고 주주환원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현금배당성향 등은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했다”며 “최근 저밸류 모멘텀으로 오른 종목군 내에서 수익성, 배당성향, 실적 성장성 등 보다 다각화된 접근에 따라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PBR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 할 수 있는 ROE 개선 여부도 중요하다.

‘저PBR’종목의 테마주화도 주의해야 한다. PBR이 낮은데 기대감만으로 오른 종목의 주가는 테마성 움직임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PBR 1배 미만은 ‘회사가 보유한 자산 모두 청산한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됐다는 의미’로 주가 저평가 상태를 설명하는 지표로 쓰인다. 문제는 실적 성과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낮은 PBR 자체만 주목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PBR 1 미만 주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대감은 비합리적”이라며 “△기업이 자구책을 내놓을 여력과 의지가 있는지 △유동성(현금력), 수익성(ROE, 영업이익) △총자본(BOOK)을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인지 실질 PBR △지배구조가 원래 건전하거나 이미 세팅이 완료된 기업인지를 살펴야한다”고 조언했다.

◆밸류트랩 기업 제거해야 =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액티브 전략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비중을 축소해야 할 기업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책 모멘텀의 기대감이 전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면 밸류트랩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밸류트랩이란 특정 기업의 주가가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현금흐름비율(PC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전통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장기간 낮은 수준에서 거래돼 주가가 싼 것으로 보고 투자했는데 실제 성과가 저조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을 말한다.

PBR이 낮은데 기대감만으로 오른 종목의 주가는 테마성 움직임에 그칠 수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돈을 잘 벌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고 주주환원 의지가 확고하고 배당수익률이 높거나 높아질 기업의 재평가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며 “PER가 낮은 대형주가 재평가를 받으며 추가 상승 여력을 고민할 때까지 충분히 오른 후, 중소형 가치주로 매수세가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PBR보다는 PER나 배당에 주목하는 것이 더 좋다는 입장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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