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쌍화탕의 불편한 진실

2024-02-08 13:00:01 게재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춥다. 목도 조금 부어서 따금거리고 콧물도 조금씩 난다. 아마도 감기에 걸린 것 같다.어릴 적 몸이 허약한 탓에 감기에 자주 걸렸다. 그 시절 약국에 가서 감기약을 달라고 하면 대개 쌍화탕과 함께 정체모를 알약을 함께 주었다. 뜨거운 쌍화탕과 감기약을 함께 먹으면 감기는 금방 떨어질 것 같다.

막상 즉효는 없었지만 그래도 감기에 걸리면 뜨거운 쌍화탕을 가장 먼저 찾게 된다. 사실 알고 보면 쌍화탕은 감기약이 아니라 보약의 일종이다. 이를 1970년대 모 제약회사에서 상용화해 병 제품으로 만들었고, 이젠 약국은 물론 동네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쌍화탕에는 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계피 감초 생강 대추 등 9가지 약재가 들어간다. 구체적인 효능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피로회복 체력보강 등에 도움을 주는 약재들로 구성돼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쌍화탕을 먹으면 피로를 해소하고 땀이 나는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쌍화탕 재료와 같이 식물전체 또는 잎 줄기 뿌리 등을 이용해 각종 질병에 과학적 효능이 입증된 자원식물을 약용작물이라고 하는데 흔히 한약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약전과 생약규격집 등에 총 518개 품목을 약용작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처방으로 많이 쓰이는 한약재는 30여종 내외다. 쌍화탕에 쓰이는 약용작물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숙지황을 예로 들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을지라도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효능과 특성을 잘 모른다. 그나마 계피나 감초는 조금 더 귀에 익은 이름이다.

약용작물 대부분 수입에 의존

그렇다면 이런 약재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대부분 중국 혹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이들뿐 아니라 쌍화탕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약재들도 마찬가지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주요 약용작물의 수입의존도는 감초 90%, 황기 65%, 천궁 53%, 지황 48%로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약용작물 국내 육성품종의 종자 자급률은 25%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한약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있는 국내 육성품종이 많지 않아서다.

또한 약용작물마다 재배방법과 재배환경에 대한 제한이 많아 재배에도 어려움이 있다. 약용작물의 종자나 종근을 채종하는 일도 힘들지만, 그 소득도 높지 않아 약용작물 종사자 육성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수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생산 농가나 유통업자조차도 점차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약용작물의 종자를 공급하는 기관으로서 국산 약용작물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보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약용작물 중 농촌진흥청에서 새롭게 육성한 ‘지황’(품종명 토강)을 시작으로 ‘단삼’(품종명 다산)‘감초’‘지치’등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작목들을 우선해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수요 높은 작물 국산대체 노력

국산 약용작물 보급 사업으로 수입 약용작물을 모두 국산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계획한대로 수입량이 많은 약용작물 보급 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간다면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지황은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는 쌍화탕에 들어가는 모든 약재들을 국산 원료로 대체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김용택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묘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