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이래저래 머리 아픈 중국통계

2024-02-08 00:00:00 게재

기업이나 경제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중국통계의 정확성 여부는 항상 관심을 끈다. 직간접으로 사업이나 연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자료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거나 지나치게 물이 들어가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필자에게 중국통계를 믿을 수 있냐고 묻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사실 발표되는 중국통계들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혼란스럽기는 필자도 매 한가지다. 더욱이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올라가는 평가절하 상황이 되면 위안화 표시 통계와 달러 표시 통계의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통계자료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1월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3년 중국경제 회복 상승세, 고품질 발전 견실한 추진’이라는 상당히 긍정적인 제목으로 지난해 경제성적표를 발표했다. 많은 국내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설왕설래하던 부정적인 예측치들과는 달리 5.2%의 꽤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다. 3분기까지 분기별로 4.5%, 6.3%, 4.9%의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5.2%의 경제성장률은 중국경제가 막판에 상당히 선전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수치였다.

경제규모와 1인당 GDP는 명목 수치만으로 그것도 달러 기준으로 국가 간에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균 환율을 적용해서 달러로 환산한 지난해 중국의 경제규모는 약 17조9000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불과 100억달러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2022년 6.72위안/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7.03위안/달러 수준으로 평가절하됐기 때문에 경제규모가 거의 제자리걸음 한 것이다.

중국경제 회복세? 달러 기준으론 제자리걸음

중국정부가 1월에 발표하고 2월 말에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통계공보로 확정 발표하는 GDP 수치는 초보적인 자료로 연중 누락사항 보완과 오차수정을 거쳐 매년 12월 말 최종 확정된다. 말하자면 2023년 GDP는 올 12월 말이 되어야 최종 확정된다는 뜻이다.

그동안의 GDP 통계를 통계공보와 최종확정치를 비교해보면 12월 확정수치가 연초 발표한 수치보다 증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인 2019년, 2020년, 2022년은 예외적으로 연초보다 감소했다. 이러한 최근 상황을 고려해보면 최악의 경우 지난해 경제규모는 감소할 수 있고 이를 달러로 측정할 경우 2022년보다 더 작아질 수도 있다.

대외무역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대외무역 규모가 증가세를 보였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위안화 기준이었고 증가율도 0.2%에 불과했다. 그러나 달러 기준으로 무역액을 살펴보면 사정은 정반대가 된다. 무역규모 5.0% 감소, 수출 4.6% 감소, 수입 5.5% 감소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어느 화폐를 기준으로 통계를 분석하느냐에 따라 중국경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게 되는 상황이 최근 중국경제의 모습이다.

비교적 괜찮은 상황을 보인 것으로 발표된 소비, 투자도 정부 발표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중국의 소비제품 소매총액은 전년보다 7.2% 증가한 47조1495억위안(약 6조7000억달러)으로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연도별 추세를 보면 꼭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 2022년은 소매총액이 감소했던 해였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인해 지난해의 증가폭이 비교적 컸던 것이다. 더욱이 7.2%의 증가율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던 2020년과 2022년을 제외하면 지난 20년간 가장 낮은 것이다. 소매총액을 달러로 표시할 경우 2021년보다 1000억달러 넘게 적은 상황이다. 회복세이긴 하지만 활발한 소비 회복세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모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도 다른 해석 가능

투자 부문은 더욱 난해한 문제를 던져준다. 지난해 고정자산투자액(농가 불포함)은 50조3036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0% 소폭 증가에 그쳤다. 2020년 2.9% 증가를 빼고 나면 역대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런데 2022년 고정자산투자액(농가 불포함)이 지난해 2월 발표된 투자공보에는 57조2138억위안으로 통계국 데이터망(data.stas.gov.cn)의 수치로는 53조4948억위안으로 되어 있어 어느 경우든 2023년 수치가 2022년보다 훨씬 작다.

그런데 문제는 2023년에 고정자산투자액이 증가했다고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해석이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집계방식을 변경한 것인지 아니면 지난해 발표 자료가 오류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무튼 발표되는 통계 수치의 정확성과 그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는 중국경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물론 우리 기업들의 머리를 이래저래 아프게 하고 있다.

곽복선 경성대 교수 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