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 고조

대출 70% 중소형 은행에 집중 … 파산 가능성 커져

2024-02-13 13:00:02 게재

미 오피스 가격 20% 추가 하락 예상 … 손실 확대될 듯

유럽으로 전이 … 독일 사무실, 2003년 이후 최대 하락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오피스 가격이 앞으로 20%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이 나왔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가 중소형 은행에 집중된 가운데 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은행긴급대출 프로그램인 BTFP가 다음달 11일 종료될 예정다. 최근 뉴욕 커뮤니티은행(NYCB)의 주가 급락으로 불거진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미 중소형은행으로 전이될 우려가 커졌다. 미 상업용 부동산 불안으로 독일, 스위스 및 일본 등 주요국 은행들의 신용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소규모 독일 은행을 통한 유럽지역으로의 전이 가능성도 확대됐다.

◆부동산 가격 추가 조정 =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추가 조정이 예상되면서 지역은행 및 미국 지역 외 유럽 등의 은행에도 미칠 파급력이 커졌다.

최근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올해 미국 오피스 가격은 20%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부동산시장 정보업체인 그린 스트리트(Green Street)는 오피스 평가 가치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올해 최대 15% 추가 상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반기 경제활동 약화와 하이브리드 근무 정착 등이 올해 전반적 오피스 수요를 지속적으로 제약할 전망이며 오피스 공실률은 올해 최대 19.8%(CBRE)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전문가들은 오피스 수요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 등으로 올해 추가 가격 조정과 산발적 지역은행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자본금 대비 위험노출액이 큰 중소 지역은행들을 중심으로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소형 은행 위기 고조 =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 금융기관 중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50%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 70%가 중소 은행에 집중되어 있으며,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동산개발 대출의 73%를 소형은행에서 집행하는 상황이다. 미국 소형은행들의 상업용부동산 투자가 2023년에도 꾸준히 늘어 2조달러 수준에 육박하는데, 이는 해당은행 자산의 30% 수준으로 수익성을 위해 건전성이 상당히 취약해졌음을 의미한다. 대형은행들이 상업용부동산 잔액이 1조달러, 자산의 6%대인 것에 비해 심각하다.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CRE 대출의 10~20%에서 채무불이행 발생 시 미국 은행권 손실은 800억~1600억달러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최대 385개 소형은행들이 뱅크런으로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소은행들의 예금금리는 대형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NYCB 사태 이후 대출태도는 자칫 더 부정적일 수 있어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은행대출 가운데 2025년 말까지 만기인 자금 규모는 약 5600억달러(약 744조8000억원)에 이르는데 재택근무 등 업무방식의 변화와 고금리 기조 유지 등의 영향으로 어두운 시장 상황이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3월 상업용 부동산 침체로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한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도 신용위기에 처했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요 17개 지역은행 가운데 S&P가 2개, 무디스가 11개, 피치가 4개 은행에 대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며 “특히 무디스는 작년 2-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 조정했기 때문에 올해 일괄적인 등급 조정 가능성 존재해 시장 내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은행 긴급대출 프로그램 종료 = 이런 가운데 미 연준은 오는 3월 11일에 은행들에 대한 긴급대출 프로그램인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NYCB의 주가 급락으로 불거진 상업용부동산 시장발 은행권 위기에 또 다른 변수로 대두됐다. 은행권 리스크가 반복될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BTFP는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지역은행 위기가 고조될 당시 은행의 자금 조달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은행과 기타 금융기관들에 최대 1년 장기 대출을 제공했다.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교수는 “BTFP 종료는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연준이 은행 지원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심리적 척도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우려가 커질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금을 인출하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권 전이 가능성 확대 = 미국 상업용부동산 위기가 독일, 스위스 및 일본 등 주요국 은행들의 신용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소규모 독일 은행을 통한 유럽권 전이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의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 대출 기관인 도이체 판트브리프방크(도이체 PBB)도 부동산 시장 약세로 채권값이 폭락한 상태다.

도이체 방크는 작년 4분기 미 CRE 관련 대손충당금을 5배 가까이 증가시켰으며, 스위스의 줄리어스베어 은행은 미국 CRE에 투자한 부동산업체 시그나(Signa) 대출 관련 6억6000만스위스프랑(SFr) 신용 손실이 발생했다. 일본 아조라뱅크의 경우 미국 대도시의 상업용부동산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2023년 회계연도에 약 280억엔의 순손실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작년 4분기 사무실 부동산 가격도 전년대비 13%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2003년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부진과 근로자들의 사무실 근무 복귀 불확실성 등이 사무실 부동산의 가격하락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사 대규모 충당금에 손실 확대 =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내 금융사들도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손실이 확대됐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6월말 기준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국내 전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금액은 55조8000억원이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보험 투자액이 31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은행(9조8000억원), 증권(8조3000억원), 상호금융(3조7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에 35조8000억원이 몰렸고, 유럽과 아시아도 각각 11조원, 4조2000억원이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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