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당에서 캠핑하고 옥상에서 일출 봐요”

2024-02-13 13:00:04 게재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주도

시작은 '인사하기 캠페인'

“이웃끼리 인사만 하고 지내도 층간소음 갈등이 줄어듭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래미안미드카운티에 거주하며 동대문구 전체 통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학수(사진)씨는 “아파트에 산다고 삭막하게 살 이유가 없다. 노력 여하에 따라 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한 이웃처럼 지낼 수 있다”고 말한다.

따뜻한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김 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와 함께 만든 첫 행사는 ‘인사하기 캠페인’이었다. 주민들 참여를 늘릴 방안으로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열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들이 먼저 인사를 하자 어른들도 마음을 열었다. 아이들이 그린 인사하는 그림은 단지 내에 전시해 분위기를 돋궜다.

인사 나누기 캠페인에 이어 뒷뜰 야영을 추진했다. 아파트 단지 마당에 집집마다 들고온 텐트를 치고 가족과 함께 하룻밤을 지내는 행사였다. 가족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서로 준비해온 밥과 반찬을 나눠 먹으며 주민들 간 서먹함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어른들 술판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알콜은 금지했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던 이웃들은 단지 마당에서 별을 보며 밤 깊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단지 내 소풍 행사는 일출 행사로 이어졌다. 바쁜 맞벌이 부부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강원도까지 새해 일출을 보러 가기 어려웠다. 마침 107동 옥상은 해가 뜨는 모습을 보기 좋았고 공간도 넓었다. 김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단지에서 맞이하는 새해 일출 행사를 했는데 준비한 떡국 200그릇이 모두 동났다”며 “단지 주민들끼리 새해 일출을 보고 함께 덕담과 떡국을 나누니 이웃 간 거리가 한결 좁아졌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동대문구와 손잡고 에너지 브런치 강좌를 준비했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 난방비·냉방비 절감 요령과 일상 속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방법을 익히는 자리였다. 주민들 호응이 뜨거웠고 이는 외국인 이웃을 위한 외투나눔 기부로 200벌 가까운 옷이 한국에서 첫 겨울을 나는 동남아 이주민 가족에게 전달됐다. 김 회장은 “마침 동대문구가 탄소중립 도시를 추진 중이어서 내용 연계가 잘 됐고 구청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행사 참석은 물론 주민들과 함께 브런치를 먹으며 함께 강의를 듣는 등 뜻깊은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웃과 인사하며 서로 웃고 살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계기와 장이 부족할 뿐”이라며 “주민, 관리사무소 직원 모두 공동체의 일원이라 여기고 마음을 모으면 아파트도 얼마든지 살맛나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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