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앞세우며 공직기강 다잡는 서울시

2024-02-14 00:00:00 게재

사문화된 최하 평점 부활, 공직사회 긴장

근태 불량, 노조 간부도 예외 없어 ‘파면’

서울시가 청렴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14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흐트러진 공직 기강 바로잡기를 올해 내부 목표로 삼고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7일 설명절을 앞두고 서대문구 인왕시장을 방문한 오세훈 시장이 한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시는 최근 그동안 사문화됐던 ‘가 평정’ 제도를 부활시켰다. 규정에는 있지만 실제로 활용하지 않았던 최하 근무성적평정 제도를 되살린 것이다. 그간 시의 근무성적평정은 수(20%) 우(40%) 양(30%) 가(10%) 비율로 이뤄지는데 그동안 가 평정은 매긴 적이 없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 말 근무평가에서 가 평정을 받은 직원 가운데 1명을 직위해제했다.

직위해제도 이례적이지만 시는 한발 더 나간 조치도 검토 중이다. 직위해제, 후속 교육 조치에도 근무 태도가 바뀌지 않는 직원은 직권면직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철밥통을 깨겠다는 얘기다.

산하기관의 근태 문제에도 칼을 댔다. 시는 최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를 빌미로 상습 무단결근을 일삼은 일에 대해 징계 조치에 착수했다. 파면 등 최고 중징계 대상자만 60명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사 및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공사 감사실은 최근 징계심의위를 열고 상습 무단 결근자 9명에 대해 인사처에 파면을 요구했다. 감사실 징계 요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조사 결과 차량사업소 소속 ㄱ씨는 무단결근이 151회에 달했다. 기계사업소 소속 한 직원은 139회 무단결근한 게 확인됐다.

타임오프제는 노사 교섭 등 일부 노조 활동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주는 제도다. 공사는 전체 노조 간부 300여명 중 32명만 타임오프제를 사용할 수 있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311명이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조사 대상에 올라 있으며 이 가운데 187명이 징계 대상자로 분류돼 있다.

공사 인사 규정상 7일 이상 연속 무단결근자는 파면·해임 등 징계 대상으로 분류된다. 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15일 이상 결근한 사람만 65명”이라며 “이들에 대해선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공직 기강 다잡기는 산하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실시한 산하 기관 신년 업무보고에 청렴도 향상 방안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청렴을 올해 시정의 주요 목표로 주문한 것이다.

◆‘3% 퇴출·풀뽑기’ 오명 벗을 것 = 일각에선 서울시의 공직기강 다잡기가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선거철을 앞두고 실시하는 의례적인 행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이 같은 관측에 선을 긋는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가 평정 제도만 해도 1년여 준비기간을 거쳤다. 지난해 4월 도입을 예고하고 10월 인사평가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시가 특히 주안점을 둔 부분은 3% 퇴출제도의 부활이란 지적을 벗어나는 것이다. 10년전 서울시는 근무성적 하위 3%를 일괄 선정해 풀뽑기 근무를 시켜 큰 빈축을 샀다. 선정 방법과 비인격적인 교육 방식 등 모든 과정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일었다. 시 관계자는 “이번 가 평정 도입은 선정 과정, 전에 없던 소명 절차, 선정자들에 대한 1대 1 맞춤교육 등 과거 방식을 전혀 답습하지 않았다”며 “3% 퇴출·풀뽑기 논란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조직문화 개선과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선 또다른 배경은 매년 하위권에 머무는 청렴도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국민권익위의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근 2년 연속 3등급을 받았다. 2010년 1위를 기록한 이후 2013년 2등급을 제외하고 계속 4~5등급에 머물렀고 2019년 3등급, 2020년 2등급으로 반짝 상승한 뒤 2021년 다시 4등급으로 추락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청렴도 평가 방식상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불평이 있지만 낮은 등급을 기준 탓으로 돌릴 순 없다”며 “처벌 등 페널티 뿐 아니라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청렴도 1등급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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