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월 소비자물가 3.1%↑ … 주거비·서비스 물가 상승

2024-02-14 00:00:00 게재

예상 웃돈 물가에 금리인하 시기 6월 이후로 지연 … 증시 하락·국채금리·달러 급등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높아졌다.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가 재반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졌을 것이란 전문가 예상은 엇나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시기는 6월 이후로 지연됐다. 이에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고 국채금리와 달러화는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은 커졌다.

2600선으로 하락한 코스피 14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0.04포인트(1.51%) 내린 2609.60로 장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물가둔화 속도 더디게 진행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 달 전인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4%) 대비 둔화했지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9%)는 웃돌았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를 고점으로 기록한 뒤 둔화 추세를 나타내다가 작년 6월 이후 3%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작년 12월 상승률(0.2%) 대비 반등했고, 전문가 예상치(0.2%) 역시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9% 올라 작년 12월 상승률과 같았지만, 전문가 예상치(3.7%)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라 역시 전문가 예상치(0.3%)를 웃돌았다.

노동부는 주거비가 전월 대비 0.6% 올라 상승세가 지속되며 1월 CPI 상승분의 3분의 2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는 CPI 가중치의 36%를 차지해 CPI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미부동산협회(NAR) 측은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도달을 방해하는 “완고함의 가장 큰 하나의 원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전월대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에너지(-0.9%)와 의류(-0.7%), 중고차·트럭(-3.4%) 등은 낮아졌다. 다만. 주거비(+0.6%), 운송서비스(+1.1%), 운송서비스(+1.0%), 의료서비스(+0.7%), 식품(+0.4%)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의 둔화를 제약하고 있다. 상품 물가의 경우 전월비 -0.3%로 전월(0.0%)보다 낮아졌지만 서비스물가는 전월비 +0.7%로 전월(+0.4%)보다 상승했다. 특히,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물가의 경우 전월비 0.6%로 전월(0.4%)보다 높아져 주거비뿐만 아니라 이외 서비스 부문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거비뿐만 아니라 이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도 오르면서 시장 기대보다 물가의 둔화 속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 금리인하 불확실성 지속 =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발표됨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두고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선물시장에서 연준이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8%대로 떨어졌고, 5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30%대로, 6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72%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날까지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0%에 달했으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5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전날 67%에서 이날 35%로 낮춰 반영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 시점 전망을 기존 5월에서 6월 이후로 늦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월 CPI 발표 이후 3월 금리 동결 확률은 91.5%로 전일(84.0%)보다 높아졌으며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51.8%로 전일(41.9%)보다 높아졌다.

다만, 연준 입장에서는 물가 둔화를 전망하면서도 이 흐름이 지속되는지를 계속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에서 추정하는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헤드라인 CPI 상승률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3.06%, 근원물가 상승률은 3.7%로 전망하고 있다. 근원물가의 둔화추세는 유효하나 그 속도가 느리고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불안정한 만큼 아직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늦추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시기를 두고 금융시장 내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1분기 중에는 미 달러나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안정 범위는 3분기 정도에나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7월에야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 흔들 … 원달러환율 급등 =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24.63포인트(1.35%) 떨어진 38,272.75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8.67포인트(1.37%) 하락한 4,953.17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86.95포인트(1.80%) 떨어진 15,655.60으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3거래일 만에 다시 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소형주를 모아놓은 러셀2000지수는 3.96% 밀리며 2022년 6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보였다. 다우지수도 이날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국 CPI 쇼크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도 1%대 하락 출발했다.

14일 오전 코스피는 전일보다 40.04포인트(1.51%) 떨어진 2609.60로 장을 시작해 9시 15분 현재 2608.49에서 등락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76포인트(0.80%) 하락한 838.39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1.9원 오른 1340.0원에 개장했다. 오전 9시 15분 현재 전일보다 10.4원 오른 1,338.5원에 등락 중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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