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홍콩 ELS 손실 규모 '7조원'

2024-02-15 13:00:02 게재

1월 평균 손실율 53.6% … 5221억원

시민사회단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소비자 피해 방치한 금융당국 감사”

지난달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규모가 5200억원을 넘어서며 평균 손실률은 53.6%에 달했다. 올해 만기도래15조4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7조원 규모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은행 등 판매 금융기관에 자율 배상 또는 책임분담을 요구하는 투자자와 금융 당국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은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에 나섰다. 또다시 금융소비자 피해를 방치한 금융당국을 감사하라는 주장이다.

◆4월 만기 2조7000억 … 손실 최대 예상 =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만기상환 금액 9736억원 중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절반도 안 된다. 평균 손실률은 53.6%로 손실액은 522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홍콩H 지수를 포함하는 ELS는 연율 기준으로 -16.2% ~ -18.8%를 기록, 3년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48.6 ~ -56.4%에 달한다.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손실 규모가 대규모로 확대된 것이다. H지수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진 지난달 하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58.2%)은 거의 60% 수준에 달했다.

문제는 2021년 대규모로 발행된 홍콩H ELS가 조기상환에 실패하면서 올해 전체 15조4000억원,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계속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정연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종목이 2022년 말 낙인을 터치해 지수가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는 이상 손실 회피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상반기에 만기도래가 집중되는 가운데 월별로는 4월 2조7000억원 만기도래 금액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논란 거세져 =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불완전판매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1차 현장검사를 마친 금융감독원은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 보험금을 H지수 기초 ELS에 투자하게 권유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오는 16일부터 5개 은행 및 6개 증권사 등 주요 판매사 2차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1·2차 현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안에 ‘책임 분담 기준안’을 만들 방침이다. 판매 유형별로 소비자와 금융사의 책임 비율을 정하고 그에 따라 손실액을 배상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현 금융시스템 총체적 부실” =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몇 년간 고위험 금융상품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지속되면서 현 금융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내었고, 금융당국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5일 오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창구영업이 주로 이루어지는 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등에서도 홍콩 ELS가 대량판매 되면서, 고객들이 무분별하게 상품을 접하게 되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변동성과 금융상품 구조의 복잡성, 상품 위험성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나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달 발표한 금감원의 현장검사에 따르면, 판매사는 고위험 ELS 판매를 억제했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수수료 수익을 위해 판매한도를 증액했다. 이는 경영실태 평가에서 여전히 판매실적이 KPI(핵심 성과지표) 가산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이를 금융당국이 방치해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를 부추기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금융당국은 경영실태 평가에서 ‘KPI(핵심 성과지표)의 적정성’을 점검하기로 하였으나,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감독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판매사들은 설명의무 등 규정상 절차를 형식적으로 이행하고 있었고, 이는 판매사들의 책임 회피를 위한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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