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 전 대표 무죄

2024-02-15 13:00:05 게재

징계취소 소송 주목

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에 이어 김 전 대표 재판에서도 검찰이 주요 증거로 제시했던 공용서버 등에 대한 증거능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두 재판 모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5-2부(박정제 부장판사)가 맡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증거인멸교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는 전날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 모 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 부사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다만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김동중 삼성바이오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대표 등은 2018년 5월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행정제재를 예고하자 임직원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김 전 대표와 김 부사장에게는 삼성바이오 상장과정에서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사 자금 4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관련해 “김 전 대표가 증거인멸을 공모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횡령 혐의에 대해선 “2019년 5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18TB 백업 서버 등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이들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만큼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9년 5월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을 압수수색하며 삼성측이 공장 바닥에 숨긴 공용서버와 노트북 등을 대거 찾아내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의 전자정보를 선별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그런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위법 증거여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이 회장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공용서버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회장이 무죄를 받는데 주요 요인이 됐다. 공용서버 등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은 김 전 대표의 횡령 혐의 뿐 아니라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만큼 항소심에서 증거능력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검찰은 절차 위반으로 증거능력이 배척된 것과 관련 “공소유지 과정에서 증거 절차가 관련성이 있고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음에도 배척된 부분이 있다”며 “재판부 판단과 검찰 주장의 어느 지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증거 판단에 대한 공방을 예고했다.

당장 다음달 예정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행정소송 선고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로 제재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행정법원마저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줄 경우 검찰이 항소심에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행정법원이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정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 회장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에서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재판 결과에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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