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총선결과는 군사통제 거부다”

2024-02-16 13:00:03 게재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분석 보도 연정구성 성공해도 위기 불가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14일 파키스탄 총선 결과에 대해 ‘군부의 통제를 거부한 충격적인 선거 결과’라고 분석했다.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정당이 해산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음에도 264석 중 92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또 군부의 지지를 받고 승리가 예상됐던 나와즈 샤리프가 이끄는 파키스탄 무슬림 연맹(PML-N)은 75석으로 2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FT는 “PTI의 역경을 이겨낸 성공은 파키스탄 시민들로부터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그들은 이기적인 정치 엘리트와 군의 중재에 지쳐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충격적인 선거결과는 파키스탄이 경제 위기에 빠져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파키스탄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29%에 달했다. 국가의 부채 부담은 급격히 증가했으며 지난해 IMF의 30억 달러 구제금융 덕분에 채무불이행을 간신히 피했다. 2억 4천만명 인구 가운데 거의 40%가 빈곤 속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리더십이 이를 방해했다.

칸은 2022년 4월 불신임 투표에서 패한 뒤 총리직에서 축출됐다. 당시 그는 이 사건이 파키스탄의 강력한 군대와 연루된 미국이 주도하는 외국 음모에 의해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했다. 그후 16개월 동안 PML-N이 주도한 연정이 통치했다. 파키스탄인들은 계속되는 경제적, 정치적 불안에 집권당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FT는 칸의 지지자들이 얻은 의석 수는 국민의 불만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이후 칸이 투옥된 것은 국가 기밀 유출부터 불법 결혼까지 다양한 혐의로 군부, 사법부 등 기득권 세력 탄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최종 집계 발표가 60시간이나 지연되고, 모바일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부정행위로 인해 손상되었고, PTI는 그렇지 않았다면 과반수를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와즈 샤리프가 이끄는 PML-N은 54석을 획득한 파키스탄 인민당(PPP) 및 기타 군소정당과 연합해 나와즈 샤리프의 형이자 전 총리인 셰바즈 샤리프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가 총리로 당선돼 정부구성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설령 성공하더라고 파키스탄 정국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 분야에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29%), GDP 대비 9.1%에 달하는 재정적자, GDP 대비 36.5%에 달하는 대외부채 등이 가장 심각한 요인이다. 특히 현재의 지원이 4월에 만료될 때 새로운 IMF 대출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디폴트를 피하려면 고통스럽고 인기 없는 개혁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적 혼란도 불가피하다. 국민들의 칸에 대한 지지가 확인 된 만큼 무소속으로 당선된 그의 지지자들은 총선 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 칸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를 뒤집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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