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가 마주한 최고 위험 트럼프

2024-02-16 13:00:06 게재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우방도 긴장… 10% 관세 등 보호무역 대비 시급

‘글로벌 이단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오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면서 백악관에 접근하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을 발한다. 트럼프2기가 도래하면 국제질서의 혼란과 보호무역주의, 안보불안, 정치보복 등의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일찌감치 트럼프의 재집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2024년 세계가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은 도널드 트럼프다(Donald Trump poses the biggest danger to the world in 2024)’라는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가) 세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썼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 대선결과까지 불복한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게 되면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규범과 관습, 자기희생 등의 가치에 묶이려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법원과 법무부 등 자신을 가로막는 어떤 제도와도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재집권과 함께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행 관세의 3배 이상”이라고 환기시켰다.

집권시절 중국과 ‘관세전쟁’을 일으켰던 트럼프는 여전히 대 중국 압박을 강조한다. 지난해 말 뉴햄프셔주 더럼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는 “모든 핵심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공언했다.

안보패키지법 부결, 역사 변곡점 될 수도

트럼프는 세계질서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세계는 트럼프 2기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The world must start to prepare for Trump 2.0)’는 제하의 사설을 실었다. FT는 트럼프 2기가 시작될 경우 미국중심의 세계질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그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미국의 도움없이 우크라이나에 재정지원을 하고, 유럽의 방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인 미국・유럽 집단안보체제가 약화될 것이다. 이에 대비한 방책을 세워야 한다. 영국을 비롯한 비 유럽연합(EU)국가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퓰리처상을 세차례 수상한 저명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달 초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의 철학이란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닌 ‘트럼프 퍼스트’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프리드먼은 이달 초 미 상원이 1180억달러(약 158조원) 규모의 안보 패키지 법안을 부결시킨 것도 트럼프의 입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안보 패키지 법안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과 대만・인도·태평양 지역 우방 지원, 미국 국경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프리드먼은 이번 사태가 역사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역사엔 변곡점들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 중 하나다. 미국이 올해 동맹국 지원과 국경안보를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보면 미국이 ‘탈냉전 이후 시대(post-post-Cold War era)’의 안보와 안정에 어떤 접근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과연 ‘탈냉전 이후 시대’를 성조기를 휘날리며 맞을 것인가,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가 승인한 백기를 들고 나아갈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리드먼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무역과 금융과 국경침범 등을 다루는 규정들은 미국 주도로 처리돼 왔지만, 앞으로는 점차 다른 나라들이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한미군 비용 수십억달러 추가 가능성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한반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론들은 트럼프가 재임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했던 점을 상기시킨다. NYT는 지난 11일 “트럼프는 2021년 백악관을 떠난 직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만일 자신이 다시 집권하게 된다면 주한미군 유지비용으로 매년 수십억달러를 추가로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재집권 시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가 더 이상 우방국을 지켜주지 않을 것으로 우려해 자위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바이든행정부는 최근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일체형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트럼프가 이를 그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복귀는 우리 경제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재로 열린 ‘제1차 산업투자전략회의’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의 공언대로 미국이 10%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연간 173억8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0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 2차전지와 자동차 업체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RA 폐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보조금 지급을 줄이거나 지연하는 등의 방안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북 ‘미치광이 전략’, 한반도 위기 촉발

트럼프의 재등장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점이 있다. 바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과 벼랑끝 전술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인 조너선 스티븐슨은 2017년 10월 NY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을 소개하면서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미치광이 이론은 미국의 전략이론가인 허먼 칸이 자신의 저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한다(Thinking About the Unthinkable)’에서 언급된 이후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칸은 “다소 미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상대방을 물러서게 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썼다.

칸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리처드 닉슨의 경우를 대비하면서 미치광이 이론을 설명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무모한 행동에 차분하게 대응하며 소련의 미사일이 쿠바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냈다.

반면 닉슨 대통령은 1969년 월남전 당시 북베트남과의 협상에서 미치광이 전술을 구사했다. 닉슨 대통령은 핵폭탄을 실은 B-52폭격기 열여덟대를 모스크바를 향해 출격시켰다. 당장 핵전쟁이라도 벌일 태세였다. 결국 소련은 북베트남이 협상 테이블에서 양보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중요한 사실은 닉슨이 진짜 미치광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닉슨의 미치광이 전술은 상대방이 물러설 경우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칸은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술이 닉슨의 경우와 다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의 북핵 협상 전략을 예시로 들었다. 칸은 트럼프가 재임시절 북한을 향해 던진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 등의 위협이 빈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상대로 한 미치광이 전략이 진짜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언론들은 트럼프가 ‘미치광이 전술’을 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미치광이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같은 ‘트럼프 리스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우리 정부는 과연 트럼프 재집권 시 마주하게 될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와 예측불허의 대북정책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글로벌 이단아’ 트럼프가 돌아오고 있다.

박상주 칼럼니스트 지구촌 순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