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부실 충격 … 국내 증권사 익스포저 14.4조

2024-02-16 13:00:31 게재

평가손실률 26%로 추가 손실 우려 높아 … 미래에셋·하나·메리츠·신한 실적에 큰 타격

최근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관련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금액이 작년 9월 말 기준 14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손실처리한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률은 26%에 불과해 앞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익스포저 규모가 1조원을 넘는 미래에셋과 하나증권 메리츠 신한 등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31%에 달한다. 국내 부동산 PF부실 위험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 부담은 이들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줬다.

◆상업용부동산 가격 하락 = 나이스신용평가가 15일 발표한 ‘증권사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현황 및 관련 손실 점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금액의 대부분은 완공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차 수익 등을 수취하는 구조다.

이 중 부동산 펀드 및 리츠·지분투자 형태가 8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우발부채 규모는 4조4000억원으로 부동산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에 제공한 신용공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익스포저가 각각 6조6000억원, 5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용도별로는 상업용 부동산이 8조8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과 유럽지역에서는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로 전환하면서 사무공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2023년 4분기 미국 오피스공실률은 19.6%로 역대 최고기록(19.3%)을 경신하는 등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 여파로 최근 미국에서는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현실화로 인해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3조6000억원 규모, 한 번도 손실 인식 안 해 = 국내 증권사별로 살펴볼 때 지난해 9월 말 기준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가 1조원을 넘는 곳은 미래에셋, NH투자, 하나, 메리츠, 신한투자, 대신증권 등 6개사다.

나신평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펀드 8조3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4조6000억원 규모에 대해서는 손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 중 40%가량인 1조8000억원어치를 지난해 9월 말 기준 평가손실로 인식한 상태다. 그러나 나머지 약 3조6000억원의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해서는 아직 손실을 한 번도 인식하지 않았다.

만기별로는 2023년부터 2026년 사이 만기가 도래할 펀드들에 대해 약 26% 평가손실률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4분기에도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을 추가 인식했다.

하지만 이예리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임차 수요 감소와 고금리 기조의 지속이 해외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저하의 주요 원인 = 부동산 투자 손익은 지난해 증권사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부담이 높은 증권사들의 2023년 잠정 연결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미래, 하나, 메리츠, 신한 4개사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실적저하가 크게 나타났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해외부동산 익스포져에 대해 대규모 손실인식을 단행한 것이 관련 증권사 2023년 실적저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작년 당기순이익 29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7.8% 감소했다. 태영건설을 포함한 PF 충당금 1000억원과 글로벌 투자 목적 자산 관련 손실 3500억원을 반영한 영향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267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하나증권의 부동산 관련 충당금 등 전입액은 21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은 당기 순이익 589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8.8% 감소했다. 부동산 PF 충당금 및 해외부동산 손상차손 반영 등으로 상품운용수익이 줄어든 탓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은 1009억원으로 전년대비 75.5% 급감했다.

이예리 연구원은 “해외 부동산 관련 부담이 높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손실을 크게 인식했지만 현재 부정적인 해외 부동산 시장상황을 고려할 경우, 추가적인 손실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향후 대규모 손실 발생 여부와 금융지주회사의 재무적 지원 규모 등을 종합해 필요시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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