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정보 더 많이, 더 쉽게, 더 편하게 쓸 수 있게 노력”

2024-02-16 13:00:37 게재

인터뷰 : 김재철 국립해양조사원장

늘어나는 바다활동에 맞춰 필요·안전 정보 개발·제공

IMO·IHO 의무화 방침 ‘차세대 전자해도’ 표준 선도

1951년 부산항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해도를 제작한 해양수산부 소속 국립해양조사원은 독도 부근 수로측량(1954년) 등 해양영토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에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을 통항하는 선박안전과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남극 국제해도 ‘테라노바만 및 장보고과학기지 부근’도 완성했다.

해양조사원은 1949년 해군본부 수로과로 시작했지만 국제사회와 해양정보를 공유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바다를 이용하는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해양정보를 개발·제공하면서 신해양강국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수로기구(IHO)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차세대 전자해도 제작 과정에서 국제표준을 선도하고 있기도 하다.

차세대 전자해도는 실시간 해양정보를 반영해 변화하는 해상상황에 맞게 운항할 수 있게 한다. 자율운항선박에 필수 장치다. 현재 전자해도는 변화한 정보반영까지 시간차가 있어 선박 등이 운항을 못하는 등 불가피한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재철(55) 해양조사원장은 “해양정보를 더 많이, 더 쉽게, 더 편하게 쓸 수 있게” 조직을 변화시키고 있다. 14일에는 전략기획 업무혁신 홍보 등 새롭게 구성한 3개 특별팀(TF)과 간담회를 갖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해양조사원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내일신문은 14일 부산 영도에 있는 해양조사원에서 김 원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행정고시 39회로 1996년 신설 해양수산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해양예보서비스 홍보단을 모집 중이다. 어떤 역할을 하나.

해양조사원은 파도 높이부터 바람 조석 기온 날씨 등 국민들의 해양활동에 필요한 정보들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 정보를 온라인을 이용해 홍보하는 역할이다. 개인 누리소통망(SNS)을 운영하거나 홍보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음달 14일까지 모집한 후 심사를 거쳐 5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실생활에서 해양예보서비스를 이용한 후기 등을 콘텐츠로 제작해 매월 2건 이상 SNS에 게시할 예정이다.

●해양조사원이 제공하는 해양예보서비스는 무엇이 있나.

앞으로 바다 관련 활동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국민들의 바다활동이 늘어나면 그에 맞는 정보도 쉽게 알고 활용할 수 있게 개발해서 계속 제공해야 한다. 개발한 지수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도 계속해야 한다.

대표적인 해양예보서비스는 8종의 생활해양예보지수와 해양예보방송이 있다. 바다여행 서핑 바다낚시 스킨스쿠버 뱃멀미 바다갈라짐체험 해수욕 갯벌체험 등 8종에 대한 생활해양예보지수는 일주일간 해양활동 가능여부를 5단계로 나눠 예보한다. 국민들이 해양활동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온(On)바다방송을 보면 해양캐스터가 날씨처럼 예보하던데

그렇다. 해양예보방송은 전문 해양캐스터가 조석 조류 생활해양예보지수 등 다양한 해양정보를 날씨예보방송처럼 설명해 준다. 매일 오전엔 씨씨TV(SeeSea TV), 오후엔 ‘내일의 바다낚시지수’ ‘내일의 해양레저지수’를 방영하고 있다. 해양예보서비스는 우리 누리집(홈페이지)과 유튜브 채널 ‘온(On) 바다 해양방송’으로 볼 수 있다.

선박운항을 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돕는 4종의 선박운항지수와 해수유동 파고 수온 등 우리나라 바다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제작한 해양예보도면도 있다.

●지난달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바다안개(해무)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했다. 해무 예측을 어떻게 하나.

인공지능(AI) 학습기법을 사용해 해무가 언제 걷히는지 예측하는 ‘해무 소산 예측정보서비스’를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가시거리가 1㎞ 미만인 바다안개가 해무인데, 해무 발생과 흩어짐(소산)에 영향을 주는 수온 기온 바람 기압 등의 과거 관측자료를 인공지능이 학습, 해무관측소의 실시간 관측정보를 종합분석해 3시간마다 예측한다.

●여객선 출항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바다까지 예측이 필요한데

연안 여객선 항로 중 출항 여부에 대한 민원이 많은 항로가 인천~백령도, 목포~도초(신안) 두 곳이다.

이 두 곳 항로는 연안의 특정 지점에 설치한 관측장비를 항로를 따라가며 ‘선’으로 확대해 해무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1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 분석을 하면 비용 대비 편익이 두 배 이상 높게 나온다고 한다.

●해무뿐 아니라 다양한 해양정보를 수집하려면 관측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어떻게 하고 있나.

관측망이 얼마나 촘촘히 구성돼 있느냐에 따라 데이터 수집·가공·예측이 달라지니까 계속 늘리고 있다. 현재 해양조사원이 운영하는 국가해양관측망은 이어도 옹진소청초 신안가거초 등 세 곳의 해양과학기지를 포함 139개가 있다. 이를 내년까지 145개로 늘리는 안을 추진 중이다. 29억6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위성에서 관측한 해양정보도 제공하고 있는데

2019년 해양조사원에 국가해양위성센터를 신설했고, 지난해 정부의 정식조직으로 확정됐다. 2017년에는 해양조사원 예보과가 정식조직으로 확정됐는데, 우리가 제공하는 해양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양관측장비는 환경관측장비와 함께 천리안위성 2B호에 탑재돼 있다. 천리안 2B호는 적도상공 약 3만6000㎞ 고도에서 항상 한반도를 바라보는 해양·환경관측 정지궤도위성이다. 괭생이모자반 저염분수(염분이 낮은 해수) 해상유출기름 해안쓰레기 해수면온도 표층해류 등 다양한 해양정보를 관측해 해양재난에 대비하고 국민실생활에 활용하고 있다.

천리안2B호는 2030년까지 활동하고 퇴역할 계획이어서 대체할 위성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칠 예정이다.

●해양조사원을 포함 부산 영도에는 해양수산관련 14개 정부기관이 있지만 집적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선책은

해양조사원은 2012년 인천에서 부산 영도구 동삼지구로 이전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대학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등 14개 해양수산 관련 기관이 입주해 있는데,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2013년 해양클러스터기관장협의회를 만들었다. 14개 기관장과 부산시청 영도구청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 3개 지원기관장이 함께 한다. 공동과제를 마련해 시너지를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엔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양그랜드투어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영도구 소재 초 중 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했고, 그 결과를 연말 부산시에 제출했다. 이달말 시에서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장관도 해양과학기술원장 재직 때 클러스터협의회장 역할을 맡으며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에 의욕을 가졌다. 지난 7일 클러스터회의에도 참석했다. 해양클러스터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도 해야 한다.

범현주·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범현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