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지방 병원장이 보내온 ‘의대증원’

“의대 정원 확대, 사실상 증원 아닌 복원"

2024-02-16 13:00:37 게재

기고 | 지방 병원장이 보내온 ‘의대증원’

“의대 정원 확대, 사실상 증원 아닌 복원"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하고, 지역인재전형 비율도 6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무려 19년 만의 감축된 정원의 회복이다. 의사협회는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조치는 합당하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매년 351명씩 줄어든 인원을 생각하면 이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는 불필요한 인원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의사 정원을 복원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의약분업 당시 정원 감축으로 의사 수 부족 예견

2000년대 의약분업에 따른 의정 협의가 있었다. 당시 정부는 의사단체와 약사단체를 달래기 위해 의대 입학 정원을 2006년까지 10% 감축, 즉 3300명에서 3058명으로 줄였다. 학사 편입, 정원외 입학 또한 금지되어 매해 351명의 인원이 감축되었다. 이렇게 19년간 입학 정원이 동결되면서 현재까지 배출되지 못한 의사 수가 무려 7000여명이다. 의사 수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은 예견된 일이었다. 앞으로 10년을 합하면 1만명이 넘는 숫자이다. 수련의들도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파업 동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번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하고자 한다면, 당시 의대 인원을 3058명으로 줄일 때 어떤 근거로 줄였는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이는 의약분업을 성사시키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그때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번 증원은 배출되지 못한 의사의 수를 회복하는 당연한 순서이다. 이번에 증원된다고 해도 의사 인력 양성에 길게는 15년 정도 걸린다. 구인난이 심한 일부 과는 지금 당장 학회와 협의해 정원을 늘려 인력을 배출하고 장기적으로 인력공급 계획을 세워야 할 만큼 심각하다.

이처럼 주장하는 배경은 의사가 너무도 없어서다. 현장의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봉직의의 임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고 지방 의료기관이 늘고 있으나 매년 같은 수의 의사가 배출되다 보니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쉽지 않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것이다. 의사 정원이 부족하다 보니 필수 전문의 영입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없던 재활의학과 산업의학과 등 시대에 따른 신설과가 등장하고 기존의 과도 더욱 세분되어 의사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정원 감축에 따라 의사 수는 30여년 전 수준으로 멈춰 있으니 일부 과에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에서 월 급여 세전 5000만~6000만원을 줘도 의사를 못 구하는 실정이다.

이는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개원뿐만 아니라 바이오, 신약 개발 등 의사가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들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 의사 수에서 여성 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지만 결혼, 출산 등으로 인한 진료 손실을 생각하면 실전에서 수급할 수 있는 의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잘못된 정보로 ‘국민과 후배 수련의’ 희생시키지 말아야

위급 상황에서 의사를 찾아 헤매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개선이 시급하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한 환자는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민들의 절규를 더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 미국 독일 영국 등도 지난 20년간 의대 정원을 23~50%까지 늘렸다. 하지만 변화하는 의료 현실을 우선 고려하여 의사단체가 전면에 나서거나 반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우선 잃어버린 의대 정원을 회복하고 이후 의사협회와 인원을 조율해 나가면 된다.

결국에 의사 증원은 국민 생존과 직결된다.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서로가 병립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의료 격차 해소와 지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이번 의대 증원 확대는 조속히 추진해야 할 일임이 마땅하다. 의사협회 등은 잘못된 정보로 후배 수련의들을 희생시키는 행태를 확산시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