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슈로 부상한 '기후동행카드'

2024-02-20 13:00:02 게재

경기 정치권 공약화, 혼란·갈등 우려

“광역차원 통큰 협력 필요” 지적 나와

서울시 기후동행카드가 총선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경기권 총선 출마자들은 서울시 대중교통 무제한 패스인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를 공약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 고양시갑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김성남 예비후보는 지난 17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찾아가 고양시와 기후동행카드 업무 협력을 통해 고양시민들의 교통요금 부담 경감과 신속한 출퇴근 보장을 위한 조치를 실시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16일 시청을 방문한 한무경 의원과 기후동행카드에 평택시가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한무경 의원실 제공

한무경(비례)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5일 오 시장을 찾아가 평택시의 기후동행카드 이용 검토를 요청했다. 그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평택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월 40회 이상 이용하면 경기패스보다 월 2만2000원 이득을 볼 수 있다”며 “평택시에 참여를 제안해 서울시와 협의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경기도 기초지자체들 협력 요청을 반기고 있다. 오 시장은 “시민들 스스로 본인에게 적합한 교통할인 카드를 선택할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경기지역 지자체와 협의는 언제나 환영”이라며 “협의 요청이 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각개격파식 확산, 바람직하지 않아 = 수도권 대중교통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선거에 휩쓸려 방향을 잃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교통의 최대 과제는 서울에 직장을 두고 인천 경기에서 출퇴근하는 이들이 겪는 ‘시간과 비용’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 대중교통 논의에서 서울시가 주도권을 쥐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서울시가 경기도를 패싱하고 개별 지자체들과 접촉·공략하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교통전문가는 “수도권 대중교통은 결국 통합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무적 판단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눈앞의 이해관계에 치우쳐 각개격파식으로 이뤄진다면 시스템 재통합, 중복·과잉 투자, 그에 따른 추가 시간 소요 등 숱한 후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지자체들 접촉 방식을 두고도 말이 나온다. 실무 부서와 사전검토를 생략한 채 단체장들끼리 ‘결단’하는 모양새로 일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기권 지자체 관계자는 “실무부서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이는 최종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실제 개별 지자체와 실무 협상, 시스템 통합 등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권 지자체들 사이에선 기후동행카드를 함께 쓰기 위해서는 연간 운영시스템 구축과 운영비로 최소 5억~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의 환승비용 등 실제 기후동행카드 동참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예산 투입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돈이 얼마가 들어갈지 모르는데 일단 우리도 ‘연결’하고 보자는 시도가 ‘알맹이 없는 통합’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개별 지자체와 연결이 되레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군포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써서 1호선 금정역에 탑승 후 서울권역인 금천구청역을 향해 가다가 안양권역인 명학 안양 관악 석수역에 하차할 경우 요금을 내기 위해 다른 교통카드를 사용하거나 역무원을 호출해 역을 빠져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수도권 교통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한 또다른 관계자는 “대중교통 통합은 모든 시민이 원하는데 언제나 마지막 장애물은 정치적 이해관계였다”며 “시민 편의를 앞세워 서울-경기가 광역대 광역 대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개별 연결에만 주력하다 두 단체장이 임기를 마칠 경우 후대에 선물은커녕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곽태영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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