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라이즈 시범사업’ 예산 없어 표류

2024-02-20 13:00:01 게재

선정된 7곳 사업진행 손놔

“시범지역 이점 없다” 한숨

정부가 통제하던 대학재정지원사업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겠다는 ‘라이즈(RISE) 시범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정부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아 해당 지자체에서는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이점이 없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

20일 라이즈 시범사업을 수행 중인 7개 지자체들에 따르면 지역별 사업수행의 구심점인 라이즈센터를 지정하고 5개년 기본계획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지역들은 지난해 3월 시범지역 선정 이후부터 행정기구 내 전담조직 구축과 라이즈센터를 만들고 대학과 협력해 지역대학을 육성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해왔다.

문제는 시범지역인데도 진행할 시범사업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예산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에 따르면 시범지역들은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라이즈센터를 만들어야 하고 인력도 새로 뽑아야 한다. 운영비가 드는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 조차도 시범지역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자체들 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연히 첫 1년은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2년차인 올해는 일부 예산을 투입해 시범사업을 실시해 본다는 계획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소한 시범사업비와 전담조직 구성 예산이라도 줘야지 시범지역의 이득이 뭔지 모르겠다”며 “타 지역은 시범지역에서 하는 것 보고 따라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시범지역이 아닌 지역들과 특별한 차별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충남도는 라이즈사업 시범지역이 아니지만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충남연구원에 라이즈센터를 열고 2025년 전면 실시를 준비하고 있다. 비시범지역 최초이자 일부 시범지역보다도 앞선 사례다. 충남도 관계자는 “비록 시범지역으로 지정받지 않았지만 2025년을 대비, 주도적으로 준비하자는 취지로 센터를 개소한 것”이라며 “혁신 의지를 보이는 지역 내 대학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비시범지역이지만 충남과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 9월 서울연구원에 라이즈센터를 지정하고 인력도 배치해 본사업이 진행될 2025년을 대비해 대학과 협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사업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고 시범지역이 아니더라도 불리한 게 없다”며 “라이즈센터를 만들 때부터 교육부와 협의해 가면서 준비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 마련도 늦었다. 지자체들은 라이즈센터의 필수기능이나 인력규모 등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은 12월 말에야 내려왔다는 설명이다. 사업할 때 대학평가나 지표들에 대한 기준은 아직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교육부 발표 자체가 급조된 느낌이 있었다”며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보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 모든 지역이 함께 진행하는 본사업 준비에 매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올해 예산 협의에 나섰지만 하나도 반영되지 못했다”며 “내년 본사업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기재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이즈사업은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지역주도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역에 내려가는 예산만 2조원 이상 규모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발표 이후 공모를 진행해 7곳의 시범지역을 선정했다.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전남 전북 충북 등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 3월 시범지역 선정 직후 “지방 대학은 지금 다 물에 빠진 형국”이라며 “정책 효과를 내기 위해 의사 결정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역의 협력 체계에 주는 것이 맞다. ‘라이즈’는 교육부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었다.

곽재우 방국진 윤여운 이제형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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