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밸류업 성공 비결 ‘스튜어드십 코드’ 충실한 이행

2024-02-20 13:00:01 게재

10년 전부터 진행된 기업 거버넌스 개혁 바탕에

도쿄증권거래소의 강력한 저PBR 개선 방안 효과

일본 증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 기업 밸류업 개혁의 성공비결은 10년 전부터 진행된 ‘스튜어드십 코드’ 충실한 이행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업 거버넌스 개혁 바탕 위에 작년 3월 도쿄증권거래소가 강력하게 시행한 ‘저PBR 개선’방안이 큰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2010년 이후 니케이지수 상승률, 코스피의 8.5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19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개최한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에서 배운다’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일본 증시 성장세 주요 배경에는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한 코다이라 류시로 니케이신문 논설위원 겸 금융전문 선임기자는 일본의 주가순자산비율(PBR) 개혁 성공 요인은 2014년 일본 아베 내각의 기업지배구조 코드·스튜어드십 코드,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TSE)의 PBR 개혁 등이라고 설명했다. 니케이신문에서 30년간 일본과 해외 금융시장을 취재한 코다이라 기자에 따르면 2014년 4월 도입된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기업에 상호출자주식과 같은 정책보유주식의 목적과 합리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한편 이사회 등에 의한 검증내용을 기재하도록 하는 제도다. 코다이라 기자는 “기업 거버넌스 개혁 과정에서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비롯해 재팬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했던 PBR개혁이 일본 증시의 성장을 견인했다”며 “PBR 개혁의 비결로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와 모범사례를 따르는 기업문화, 그리고 도쿄 증권거래소의 막강한 영향력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TSE)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진입 유도,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PBR이 1배 이하인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인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의 실천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매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코다이라 기자는 “이들 기업이 지난해 배당금을 늘리는 한편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 환원을 확대하면서 PBR 상승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차분히 기업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목표를 시행해왔다. 아주 디테일한 분석과 액션 플랜을 상장사들에게 요구했고 동시에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플랜을 정교하게 다듬어왔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32.3%인데 반해 일본 니케이지수는 277% 상승했다. 이 기간 니케이지수 상승률은 코스피의 8.5배에 달한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김준섭 KB증권 수석연구위원(ESG리서치 총괄) 또한 눈에 띄게 늘어난 일본 증시 현금 유입은 일본 PBR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의 영향이 컸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일본 증시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면 지난 2014년 7%대에서 2023년 거의 10~11%까지 올라왔는데, 개선 속도가 매우 빨랐다”며 “최근 PBR 개혁이 일본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급변하게 된 원인이지만, 그 전부터 꾸준히 온도가 올라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원래 일본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 국가 중 우리나라 다음으로 기업 거버넌스가 낙후된 국가였지만 아베 정부가 들어선 후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주요 국정 과제로 밀어붙이면서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뤘다”며 “이후 민간 행동주의 펀드가 뒤를 받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등 수년간 계속된 관민 합동의 거버넌스 개혁의 압박에 기업들이 주주환원 확대 등으로 대응하면서 PBR 1배 미만의 만년 저평가 기업이 크게 줄어들고 밸류에이션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지수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거버넌스 개혁 선행돼야” … 이사 충실의무 조항 추가 = 우리나라에서도 거버넌스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광기 ESG경제 대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기적으로 배당이나 주주환원에만 치중하는 PBR 개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사회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주주들은 주총 안건으로 이사 선임 건이 올라오면 그중에서 찬반을 투표할 뿐이지 자기들이 원하는 대리인을 이사회에 보낼 수 없다”며 “막대한 지분을 갖고 전체 이사회를 지배하는 상황을 타파하고 이사회부터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26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을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포럼은 첫 번째 원칙으로 별도의 독립된 ‘기업 거버넌스 개선 보고서’ 제출을 주장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들이 많으므로 영문 보고서 제출을 기본으로 제시했다.

두 번째로는 밸류업의 주체는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임을 명확히 하며 보고서에 이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사 이름을 표기해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할 것으로 요구했다.

세 번째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관계 부처는 주요 장기투자자 (국내외 포함)와 파트너십 구축해 지속적으로 피드백 받아서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 개혁을 준비하며) 초대형 장기투자자 90곳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힌바 있다. 우리 정부도 반드시 기업과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함께 파트너십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 될 때 까지 연성 규범 및 경성 규범 (특히 상법 제382조의 3 개정 관련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 조항 추가)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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