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직 전공의 면허취소까지 가나

2024-02-21 13:00:00 게재

‘강대강’ 대치 속 법적 공방 예상

업무개시명령에 “기본권 침해” 반발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자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에 불응하면 의사 면허정지와 취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의사단체들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일 현재 전체 전공의의 55%인 6415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 중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업무개시명령이란 동맹 휴업이나 파업 등의 행위가 국민생활이나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것으로 판단될 때 강제로 영업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이다.

의료법 59조에서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로 강제이행명령을 내리고 그럼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의사면허 정지,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회는 20일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갖고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한다며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업무개시명령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은 지난 2022년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총파업을 벌였다가 업무개시명령을 받아 파업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던 화물연대는 그해 12월 서울행정법원에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화물연대는 법원에 업무개시명령의 근거 법률인 화물자동차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내기도 했다.

정부와 전공의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이번에도 업무개시명령의 위헌 여부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들에 대해 법적 조치에 나설 경우 명령이 적법하게 ‘송달’됐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당시 법원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제대로 송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일부 전공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르는 전화를 받지 말거나 전화기를 꺼놓으라는 등 송달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22년 행정절차법이 개정되면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하게 처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문자 전송·팩스 또는 전자우편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추가돼 끝까지 송달을 회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파업이 아닌 사직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개인의 자유의지가 반영된 사직까지 업무개시명령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계속해서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할 경우 의사면허 취소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 65조에 따르면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업무개시명령 위반 자체로는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없지만 재판에 넘겨져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박탈된다. 다만 전공의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가 없어 실제 금고형 이상의 처벌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2020년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집단휴진에 돌입했을 때에도 정부가 휴진을 주도한 10여명의 전공의를 고발했으나 코로나19 사태 등을 고려해 곧바로 취하한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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