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공에도 의대생 '휴학·수업거부' 확산세 여전

2024-02-23 13:00:05 게재

‘전공의 사직’ 강경대응이 영향 준듯

수업거부 움직임에 ‘집단유급’ 우려

정부가 ‘엄정한 학사관리’ 방침을 내세워 동맹휴학을 막아보려 하지만 휴학계 제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수업거부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어 빠듯한 의대 학사 일정을 고려했을 때 자칫 ‘집단 유급 사태’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19일 1133명, 20일 7620명, 21일 3025명, 22일 49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다. 다만 22일 1개 대학에서 346명이 철회해 휴학계를 제출한 총 인원은 1만1481명이다.

지난해 4월 1일 기준 교육통계상 전국 의과대학 재학생 수가 1만8793명인 점을 고려하면 61%가 휴학을 신청한 셈이다.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휴학 신청자가 나왔다.

한산한 전남대 의대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이어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에 들어간 22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내부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교육당국·학생 ‘강대강’ 분위기 = 아직까지 휴학계를 철회하거나, 수업 참석 재개 의사를 나타내는 등 상황이 반전될 기미는 없어보인다. 정부가 의료계 파업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오히려 의대생들의 반발만 거세지는 양상이다.

교육부도 아직까지 “동맹휴학은 대학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부분 의대가 휴학 승인을 위해 학부모·학과장 동의를 요구하는 만큼, 이러한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건이나 절차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휴학을 승인할 경우,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해당 대학에 시정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휴학이 승인된 경우는 입대나 유급 등 동맹휴학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다. 특히, 향후에도 동맹휴학이 승인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동맹휴학과 함께 수업거부에 들어가는 학교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수업 거부에 나선 대학은 20일 3곳에서 21일 10곳 그리고 22일 11곳으로 늘었다.

교육부가 대학에 ‘엄정한 학사관리’를 당부하더라도 학교가 수업에 나타나지 않는 학생 개인의 의지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최후 마지노선은 2개월 = 이런 가운데 교육계와 의료계에서는 수업거부가 두 달을 넘기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대 학사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의 수업연기를 오랫동안 끌고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학들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이다. 그러나 의대 본과의 경우 실습이 많기 때문에 학사일정이 통상 40주를 넘어간다.

대다수 대학이 두 학기로 나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 학기당 수업일수가 최소 20주를 넘겨야 하는 것이다.

천재 지변이 일어나거나 교육과정 운영상 ‘부득이한’ 사유로 수업일수를 맞출 수 없을 경우 2주 이내 범위에서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 추진에 따른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을 기세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긴 어렵다”며 “이를 근거로 수업 감축을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출석 미달로 인한 유급을 막기 위해 우선 학사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개강 날짜를 1~2주 늦추거나 이미 개강했더라도 일정 기간 실습·강의를 중단하고 있지만 마냥 멈출수는 없다.

지난 2020년 문재인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당시 의대생들의 수업거부는 약 38일 동안 지속됐다.

이에 따라 단체 행동이 장기간되면 ‘집단 유급’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이 주어진다.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단체 유급 시 한 학년 모두 졸업이 늦어지고 의사 수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교육부는 ‘의대 상황 대책반’을 구성하고, 매일 의대생들의 단체행동 현황 여부를 파악 중이다.

한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전국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교의 부총장, 의대 학장 등 의학교육 총괄 관계자와 영상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대 정원 신청 관련 사항을 안내하고,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등에 대응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차질 없는 학사 관리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의학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교원·기자재·시설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장세풍·김기수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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