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2년간 군인 3만1천명 전사”

2024-02-26 13:00:02 게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첫 공식발표…러시아측 주장과는 큰 차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 ‘우크라이나. 2024년’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도 좀처럼 멈출 조짐이 없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자국 군인 3만10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2주년을 맞은 2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와 2년간의 전쟁에서 자국 군인 3만10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과 그의 거짓말쟁이들이 말하는 30만명이나 15만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뒤 “하지만 이러한 각각의 죽음은 우리에게 거대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군 사망자를 공식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모두 상대방이 사망자 숫자를 선전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병력 손실 규모를 기밀로 다뤄왔다. 그동안 주요 외신들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군 사망자 수를 추정해 왔고 이번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힌 군 사망자 3만1000명은 러시아가 주장하는 병력 손실 규모나 서방의 추정치보다 크게 적은 수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최소 7만명 사망하고, 12만명이 다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8월 러시아군 사상자가 30만명,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20만명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에도 “작년(2023년) 한 해에만 우크라이나의 병력 손실은 21만5000명”이라고 주장해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지난해 2월 유출된 국방부 일급기밀 문서에는 전쟁으로 인한 군인 사상자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어 있었다면서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군인 1만5500~1만7000명이 사망하고 추가로 10만6500~11만500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또 같은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3만5000~4만2500명이 사망하고 15만500~17만70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추산했다면서 이는 20만명 이상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말한 서방 관리들 평가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상자를 공개한 이날 자국의 승리는 서방의 지원에 달려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 의회에 우크라이나 추가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패배할지, 이 전쟁이 더 어려워질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지는 여러분과 우리의 파트너, 서방 세계에 달려 있다”며 “미국 의회에 희망이 있으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지원 여부를 놓고 큰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만 2년이 된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G7 정상은 화상 정상회의를 연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미래를 위한 싸움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가혹한 전쟁 3년째를 맞이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G7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개시한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이 저조한 성과를 낸 데 대해서는 작전이 러시아에 사전 유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반격 계획은 작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크렘린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면서 “새로운 반격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갖고 있지만 세부 사항은 말할 수 없고 정보 유출에 대비해 여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과 별도로 24일과 25일 잇따라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미국과 서방의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 젤렌스키는 “나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G7의 지도자들에게 연설했다. 지난 2년 동안 그들에게 감사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2년 전보다 확실히 더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제국을 재건하려는 독재자는 자유에 대한 국민의 사랑을 결코 지울 수 없다. 잔인함은 결코 자유의 의지를 짓밟지 못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결코 러시아의 승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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