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공공의료 중요성 ‘부상’

2024-02-26 13:00:01 게재

사직서 제출한 전공의 1만명 육박

서울 시립병원 일반진료시간 연장

시니어 의사 채용·연봉상한 폐지 추진

감염병 사태 때 확인된 공공의료 중요성이 의사들 집단행동 국면에서 다시 획인됐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국 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숫자는 9000명을 넘어섰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은 수술을 절반으로 줄였다. 환자가 몰린 중소병원은 과부하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22일 시립 보라매병원을 찾아 비상 의료체계를 점검한 후 이재협 보라매병원장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대규모 의료공백 없는 건 공공의료 덕분 = 사태 수습에 나선 서울시 등 행정기관과 환자들 사이에선 대규모 의료공백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건 공공의료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3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고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림과 동시에 공공병원 등 비상진료를 총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립병원이라고 사정이 다르진 않다. 근무 현원 기준으로 전국 전공의는 약 1만3000여명이며 이중 약 1만명이 업무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시립병원 전공의 약 70%도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인력 부족으로 과부하 상태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시립병원에 기댈 수 있는 건 공공성 때문이다. 빅5와 대학병원에서 받지 않는 환자들을 돌려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공공병원에 매달리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4일 8개 시립병원장과 비상점검회의를 열었다. 시립병원 일반진료 시간을 2시간 연장하기로 한데 이어 의료대란 장기화에 대비해 시니어 의사 등 대체인력 채용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부와 협의를 통해 시립병원 일반의 연봉 상한을 없애는 것도 추진한다. 시립병원 일반의 연봉은 시행령에 따라 8100만원으로 묶여 있다.

◆코로나 때 밀린 월급 아직 못받은 곳도 = 하지만 언제까지 공공성에만 기댈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중소 병원까지 업무과중이 심해지자 대안으로 공공병원 97곳의 진료확대를 내걸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공공병원이 대대적으로 동원된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직 밀린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한 공공병원도 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지난 2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상황이 급하니 도움을 요청하겠지만 정부도 면구스러울 것”이라며 “전공의 진료 거부로 공공병원이 대신 환자를 맡으라고 하는데 물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니 열심히 할테지만 솔직히 흥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의대법, 여전히 국회에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수도권 원정진료 등 수많은 의료위기를 겪으며 그 대안으로 공공의대 설치와 지역의사제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의료를 확충할 수 있는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19대 국회부터 관련법들이 발의됐지만 발의와 폐기를 거듭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20개에 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감염병 대유행 등 큰일을 겪을 때면 공공의료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늘 그때뿐”이라며 “지역 의대의 낙후된 강의실과 실습장비를 확충하는 등 세심한 설계에 기반한 공공의료 확충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공공의대 설립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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