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율에 맡긴 밸류업 "실효성 없어”

2024-02-27 13:00:15 게재

주주환원 확대·지배구조 개선 강력하게 추진해야

저PBR주 후폭풍 … 배당기준일 집중 종목 '경계'

정부가 한국 주식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지원방안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알맹이가 없고 기업 자율에만 기대 실효성이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국내증시 이틀 연속 하락세 =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8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보다 8.54포인트(0.32%) 떨어진 2638.74에서 거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5포인트(0.29%) 하락한 865.06이다. 전일 정부가 공식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대해 실망한 투자자들의 모습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 간의 간극은 우려했던 것보다 크다”며 “지난달 24일 이후 상승분의 60%를 되돌린다면 코스피는 최대 256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저PBR주들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수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는 이익 전망이나 할인율 변화 등 펀더멘털 요인과 무관하게 움직였다. 실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부 발표안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를 움직이는 재료로 작용했다. 단기적으로는 앞서간 시장의 기대, 이로 인해 급등한 저PBR주들의 후폭풍은 앞으로도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가 가장 강하게 반영된 업종인 금융주와 현대차의 배당 기준일이 2월 29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요소다. 이 연구원은 “금융주와 자동차 급반등의 시작점이 이중 배당 기대였음을 감안할 때 배당락 이후 차익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감이 컸던 이슈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가 축소되는 국면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강제성이 낮은 수준으로 발표되자 그동안 기대감에 급등했던 저PBR 종목들은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꾸려져 차익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 논의 이후로 한국 증시에 대규모로 들어온 외국인이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실천의지 중요 = 다만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실제 기업의 행동으로 연결된다면 주가는 다시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저PBR 기업들 중 수익 개선과 주주 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동참할지에 달렸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정부 정책에 호응해 적극적으로 따라 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한 혜택과 불이익이 보다 더 확실하고 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취지에 맞게 정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실천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과도기간(~25년 3월), 개선기간(~26년 3월, 기준 미달 기업 대상), 관리기간(~26년 9월, 개선점이 보이지 않을 시 상장폐지) 등으로 분류해 추진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바 있다.

박 연구원은 선의의 주주행동주의를 통한 변화 시도 또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선의의 주주행동주의를 통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잘못된 경영과 주주환원에 대해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로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일반주주 몫을 온전하게 보호하도록 상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우 포럼 회장은 “한국에서는 주주 간 이해상충 수익거래(소위 일감몰아주기)로 지배주주가 편취해가고, 주주간 이해상충 자본거래(합병, 분할, CB/BW발행, 상장폐지, 주식병합 등)로 지배주주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상법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 보호의무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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