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서남권 '첨단산업' 거점된다

2024-02-27 13:00:34 게재

서울시, 산업·주거 동반혁신 추진키로

공업지역 규제 풀고 용적률 대폭 상향

서울시가 준공업지역 중심의 낙후한 서남권을 대대적으로 개조한다.

오세훈 시장은 27일 서남권 개발 구상을 발표하고 서남권을 시작으로 서울 대개조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준공업 지역이 많아 상대적으로 낙후한 서남권을 첨단산업 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이에 발맞춰 주거 혁신도 꾀하는 게 이번 구상의 뼈대다.

서울 서남권은 1970~1980년대 수도권 규제와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성장기반이 약해지면서 낙후하기 시작했다. 마곡지구 개발, 강남순환고속도로 건설, 고척돔구장 건설 등이 시도됐지만 지역 전체 발전을 견인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여기에 준공업지역 규제가 계속되고 건축물 노후화, 기반시설 부족 문제 등이 누적되면서 서울 전 지역 가운데 생활여건이 가장 열악한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서남권은 가용 부지가 많고 인접한 신도시 조성으로 광역급행철도 등 교통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로디지털단지를 중심으로 첨단산업 생태계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으며 특히 서울 청년의 33%가 거주하는 등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서울시가 준공업지역 대개조를 통해 서남권 부활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에서 준공업지역 혁신을 주문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 서울시 제공

◆준공업지역을 미래 융복합산업 집적단지로 = 수십년간 도시정비를 가로막은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에 우선 착수한다. 서남권은 서울 준공업지역 가운데 82%를 차지하고 총량 관리와 규제 위주의 경직된 운영으로 활용도가 떨어졌다. 이들 준공업 지역을 산업구조 변화와 다양해진 수요에 맞춰 ‘융·복합공간’으로 전환한다.

기존 도시계획은 공장과 주거지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이 중심이었지만 향후엔 산업 주거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의 융·복합을 허용하기로 했다. 첨단기업 유치와 육성을 위해 복합개발이 필요한 지역은 용도와 밀도 등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건축과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한 ‘산업혁신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영등포 등 도심중심 구역은 필요할 경우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방안도 동원한다.

구로기계공구상가, 구로중앙유통단지 등 과거 수도권 산업유통의 거점 역할을 하던 대형시설은 도심 물류와 미래형 업무기능이 합쳐진 혁신산업 거점으로 변신한다. 맞춤형 사전기획과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민간 중심의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김포공항도 변한다. 공항 이름을 ‘서울김포공항’으로 바꾸고 드론 등 도심항공교통과 도시철도 간선급행버스 등이 연계된 미래형 교통허브로 전환한다. 올해 안에 혁신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6년 착공할 계획이다. 국제업무 노선을 확대하고 국제선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도심항공교통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한다.

◆주거단지 용적률 400%까지 = 준공업지역 탈바꿈과 함께 주거환경도 개선한다. 과거 공장 이전부지에 무분별하게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걸 막기 위해 250%로 제한했던 용적률은 최대 400%까지 완화된다. 용적률 상향으로 얻게 된 공간은 집만 짓는 것이 아니라 녹지와 생활인프라 확보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미 준공업지역 내 주택단지가 광범위하게 조성된 지역은 주거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해 주거지 안에 적합하지 않은 시설이 난립하는 것을 방지한다.

강서 양천 등 현행 제도로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공동주택 밀집지역은 접근 방식을 달리하기로 했다. 단순 주거위주 개별정비가 아닌 용적률 완화, 안전진단 면제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른바 패키지형 정비계획을 수립해 빼곡하게 집만 가득한 형태가 아닌 인프라가 풍부한 신주거단지로 꾸밀 예정이다.

일대 개발의 최대 걸림돌은 고도제한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오 시장은 지난해 공항 주변 높이제한을 총괄하는 ICAO 의장을 만나러 캐나다를 방문했고 조속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시는 지난 1월 고도제한 완화를 전담할 팀도 꾸렸다.

오 시장은 “기본계획 수립 등을 실시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사를 시작해 이르면 2026년부터 변화된 서남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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