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 ‘통계조작 의혹’ 수사 또 제동

2024-02-27 13:00:35 게재

윤성원·이문기 두번째 구속영장도 기각

‘윗선’ 수사 난항 … “무리한 수사” 비판도

문재인정부 통계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송선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1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송 판사는 “피의자 주거가 일정하고 현 단계에서 피의자가 향후 수사과정에서 단순히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검찰은 지난달 2일에도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당시 윤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역시 “주거와 직업, 가족관계가 일정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한 점 등으로 미뤄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설명한 바 있다. 윤 판사는 “수사기관에서 관련자 진술 등 다량의 증거를 확보했고 참고인에게 회유와 압력을 행사해 진술을 왜곡할 구체적인 사정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에서 각각 국토부 1차관과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감사원 요청으로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문재인정부 통계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22명을 수사의뢰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때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까지 청와대와 국토부가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었다.

감사원은 장 전 실장이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와 ‘속보치’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통계법상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하기 전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같은 통계 유출이 후임 정책실장 재임 때까지 지속됐다고 봤다.

감사원 수사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해 10월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 국토부 등을 압수수색하고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불러 조사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이후에도 검찰은 김 전 장관과 4명의 전임청와대 정책실장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핵심 실무진의 신병을 확보한 후 윗선 수사를 보강해 4.10 총선 전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야권을 중심으로 ‘무리한 수사’ ‘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또다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검찰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앞서 대전고법이 지난달 월성 원전 의혹에 대한 감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산업부 직원 3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을 때에도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월성 원전 관련 자료 삭제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해당 자료가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오히려 감사원 감사에 대해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감사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민주당은 “전 정부 통계 논란과 관련해 윤성원 전 차관, 이문기 전 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다시 한번 감사원이 보복감사를 했음이 증명된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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