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앞두고 흔들리는 스코프3 배출량 의무 공시

2024-02-28 13:00:13 게재

의무화 도입 철회될 경우 ESG 이탈 가속화 우려

올해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ESG와 기후공시를 둘러싸고 정당 간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화가 다시 기로에 섰다. 만약 미국이 스코프3 도입을 철회한다면 글로벌 ESG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 4월에 발표할 기후공시 최종안에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SEC가 작년 3월에 공개한 초안에는 스코프3 배출량을 포함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기업이나 스코프3 배출량이 중대한(material) 기업에 한해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했다. 국제사회에서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공시와 유럽연합의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과 함께 SEC의 기후공시가 배출량공시의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연방정부에 앞서 2022년 연 매출 10억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스코프3배출량공개 의무화를 법제화하기도 했다. 다만 스코프3 배출량 측정의 어려움을 고려해 2030년까지 스코프3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면책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스코프3 배출량은 기업의 재화 생산을 위한 원자재 조달에서 제조까지의 밸류체인과 제품 생산 후 운송과 유통 등의 공급망까지 포함하는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스코프 3 배출량은 기업 탄소 배출의 상당량을 차지하는데다 배출량을 협력업체 등에 외주화하는 경우가 많아 공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확산돼 있다. 하지만 공시대상 기업들은 스코프3 배출량은 기업의 직접적인 통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어 배출량 데이터 수집과 공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측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면책 조항과 적용 시점 연기 등 아직까지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이 여러 논란 속에 결국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SEC의 기후공시 확정안 발표가 지연되면서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화가 완화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고 이번에는 스코프3 배출량을 아예 면제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정치적 부담도 크다. 최근 공화당을 중심으로 스코프3 배출량 공시는 SEC의 권한 밖이라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주고 투자자가 원하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논리로 스코프3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SEC는 아직까지 기후공시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를 고려해 공시기준의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EC 내부에서도 스코프3 기후공시 의무화가 법적분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등 스코프3 도입을 둘러싼 대내외 충돌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이 스코프3 도입을 철회할 경우 한다면 글로벌 ESG 도입과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스코프3 의무화가 철회된다면 유럽 이외의 지역이 ESG에 참여도를 낮추는 이슈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며 “전세계적으로 ESG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당초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시작하기로 한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이미 3년 전 국내외 시장에 공표했던 ESG 공시 의무화 계획을 ‘1년 이상’으로 장기간 미루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무책임한 일이라는 지적이 쏟아진 바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상장기업에 적용할 ESG 공시기준을 회계기준원 등과 함께 제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내달 초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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