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비트코인, 27개월 만에 6만달러 돌파

2024-02-29 13:00:01 게재

하루 6천달러 급등락 ‘널뛰기’ 장세

ETF 유입 자금, 공급량 크게 웃돌아

원화시장에서는 최고치 경신 잇따라

고공행진 중인 비트코인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급등하며 27개월 만에 6만달러를 돌파했다. 장중 한때 6만4000달러선까지 터치해 사상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원화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8400만원을 돌파하는 등 파죽지세로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여세를 모아 29일 오전에도 최고치 경신을 이어는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29일 원화 시장에서 8800만원대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전일 오후 1비트코인 가격이 8345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후 29일 오전 3시경 88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28일 오후 업비트의 시세 현황판에 표시된 비트코인의 원화가격 사진. 연합뉴스

◆2월에만 40% 상승 =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6만달러선을 뚫고 한때 6만4000달러대까지도 진입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새 5만8000달러대에서 6만4000달러대까지 오르며 약 6000달러가 뛰어올랐다. 비트코인은 지난 12일 5만 달러선을 넘어선 이후 16일 만에 20% 이상 급등했다. 이달 들어서만 상승률이 40%를 훌쩍 넘었다. 로이터 통신은 한 달 상승률로는 2020년 12월 이후 최고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은 역사적 고점이었던 2021년 11월의 6만9000달러선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다만 이후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불과 1시간 반 만에 다시 5만9000달러대까지 하락하는 등 이날 비트코인은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이날 순식간에 매수와 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코인베이스의 매매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코인베이스 계좌를 보유한 이용객들은 “계좌를 열어보니 갑자기 보유한 비트코인 잔액이 ‘0’으로 떴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코인베이스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대규모 트래픽 급증 때문”이라며 “비트코인 거래자들이 갑자기 유입되면서 서버가 과부하돼 연결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물 ETF 거래 급증 … 4월 반감기에 최고점 기대 = 최근 비트코인 급등세는 지난 11일부터 거래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거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물 ETF의 경우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해 보유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최근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운용 펀드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보유 물량이 증가했다.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 책임자 잭 판들은 “현물 비트코인 ETF는 2월 하루 평균 1억9500만달러를 유치한 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현재 하루에 약 900개의 코인을 생산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1개 가격을 6만달러라고 가정할 때 약 5400만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한 뒤 이달 20일까지 10개 ETF에는 50억2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 평균 5억달러 자금 유입을 연율화하면 1000억달러. 이 속도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약 900억달러인 금 현물 ETF의 총운용자산(AUM)을 1년 안에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금 시가총액 대비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비율은 8.7%다.

오는 4월 도래하는 반감기를 감안하면 새로운 고점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블록을 생성한 대가로 채굴자들이 받는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비트코인 공급이 줄어드는데 수요가 그대로면, 이론적으로는 가격이 오르게 된다.

잭 판들은 “4월에 다가오는 비트코인 반감기를 감안하면 발행량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새로운 수요를 모두 수용하기에 비트코인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 역학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비트코인 반감기는 4월 19일 전후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감기 이후에는 하루 비트코인 채굴량이 900개에서 450개로 감소하며 긍정적인 수급 효과 발생,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일일 약 2500만달러 수준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마켓서 8800만원대 터치 = 비트코인 가격이 국내 원화거래소에서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29일 오전 8시30분 기준 1비트코인 가격은 87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오후 6시께 8300만원선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한 데 이어 이날 새벽 3시경에는 8842선을 터치했다. 빗썸에서도 이날 새벽 2시께 8841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원화거래소에서 올해 초 5700만원대에 거래되다가, 두 달 새 40% 넘게 올랐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4월 반감기를 앞두고 파죽지세로 달리는 중”이라며 “지금 당장 증시가 더 오를 재료를 찾기 힘들다 보니 코인으로 자금이 더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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