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거부 전공의’ 사법처리 이어질까

2024-02-29 13:00:04 게재

정부 “엄정 대응” 강조하지만 ‘의료 공백’ 후폭풍 우려

정부가 정한 전공의 업무복귀 시한이 29일 끝나면서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공백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27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99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3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병원 소속 전공의의 80.8%에 달하는 수준이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73.1%인 8992명으로 파악됐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9267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6일 전공의들에게 이달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의료법에 있다. 의료법 59조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3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도 적용할 방침이다.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해 병원 운영에 장애를 일으켰다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재판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사면허 취소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을 업무개시명령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앞서 시민단체가 의협 집행부와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해 놓은 상태다.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 총장은 27일 수원지검·수원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의료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힌 데 이어 28일 월례회의에서 “전국 검찰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29일 이후 첫 근무일인 다음달 4일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가 미복귀자를 집계해 경찰에 고발하면 경찰은 이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전공의들이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주동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까지 염두에 두는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대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하고 사법처리에 나설 경우 커다란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과거 의사들의 집단행동 때에도 정부는 이같은 이유 때문에 끝까지 강경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 파업 당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와 전임의 10명을 고발했지만 곧 취하했다. 당시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집단 거부한 의대생들에게도 추가 응시 기회를 부여해 구제했었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시 집단폐업과 휴업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김재정 전 의협 회장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의사면허가 취소된 적이 있지만 김 전 회장은 몇 년 안 돼 면허를 재취득했다.

전공의들이 집단 파업이 아닌 사직하는 방식으로 행동에 나선 만큼 업무개시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경우 업무개시명령이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전공의들은 정부가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료법 등에 따라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미복귀 전공의들을 모두 사법처리하면 의료공백 등 후폭풍이 클텐데 정부가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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