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수사, 또 늦어지나

2024-03-04 13:00:24 게재

특검법 결국 폐기 … 다시 주목받는 검찰 수사

권오수 항소심 연기, 김 여사 수사도 지연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폐기됨에 따라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다시 검찰의 몫이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지지할 만큼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이지만 검찰이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데다 관련 재판까지 미뤄지면서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권순형 부장판사)는 이달 7일로 지정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의 다음 공판기일을 다음달 25일로 변경했다. 지난달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변경되자 권 전 회장측이 공판갱신절차와 쟁점 설명 등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해달라며 기일 변경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를 우회상장한 후 주가가 하락하자 2009년 말부터 2012년 말까지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돼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특히 1심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에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가 동원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김 여사의 관여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김 여사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1심 판결이 검찰의 주장과 다른 부분이 있어 항소심에서 제기된 법률상 쟁점을 살피며 수사하고 있다”며 “가담자들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진행 중인 재판상황도 면밀히 보면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항소심 선고가 사실관계를 정리해주는 측면이 있어 그런 부분도 고려해 수사를 진행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권 전 회장의 항소심이 지연되면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상당기간 늦춰질 공산이 커졌다.

항소심 재판부가 권 전 회장의 공판기일을 연기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은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재판이 아직 증인신문 절차에 머물러 있는 점을 고려하면 종결 절차에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을 표결에 부쳤으나 출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따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검찰이 안게 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실제적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인적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수사 방법이나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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