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한류 내세운 개발사업 ‘삐걱’

2024-03-05 13:00:01 게재

고양 'CJ라이브시티' 10개월째 중단

하남 ‘K-스타월드’ 시의회에서 제동

광주 창원 오산 등서 사업 무산·실패

K-팝·한류 열풍을 타고 추진된 복합문화 개발사업이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경기도 고양에 추진 중인 ‘CJ라이브시티’ 사업은 건설비 증가 등의 이유로 10개월째 중단된 상태이고 하남시가 추진하는 ‘K-스타월드’ 사업은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총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미 지자체와 민간이 손잡고 K-팝 공연장 건립 등을 추진하다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보니 이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경기도와 기초지자체들에 따르면 경기도와 CJ그룹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32만6400㎡(약 10만평)에 1조8000억원(2016년 기준)을 들여 K-팝 전문공연장(아레나)과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시설 등을 짓는 ‘CJ라이브시티’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5년 도가 공모한 ‘K-컬처밸리’ 사업에 CJ그룹이 선정되면서 시작된 이 사업은 2021년 10월 착공했으나 건축비·금리 상승 등의 이유로 지난해 4월 공사가 중단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를 열어 경기도엔 공사기간 연장 및 지체보상금 감면을, CJ측엔 감면된 지체보상금에 상응하는 지역기여를 요구하는 중재안을 냈다. CJ측은 중재안을 수용했으나 경기도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상원(국민의힘·고양7) 경기도의원은 지난달 20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CJ라이브시티가 개장하면 향후 10년간 30조원의 부가가치와 9000명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경기도의 입장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현재 사전컨설팅 및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며 “도 입장이 정리 되는대로 회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남시가 추진하는 ‘K-스타월드’ 조성사업도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은 하남시 미사동 일원에 3조원을 들여 K-팝 공연장, 영화촬영 스튜디오, 마블시티 등 한류영상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경기도가 지난해 4월 승인한 ‘2040 하남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았고 사업부지가 개발제한구역, 문화재보존구역이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업비 확보를 위해 사업부지의 상당부분을 아파트로 채우는 ‘땅장사’가 본질이란 비판이다. 하남시는 도시기본계획에 K-스타월드 사업 등을 반영하기 위해 계획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시의회는 해당사업에 대한 신중론과 시민 공감대 형성을 주문하는 의견청취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4월 총선에 나선 여야 후보들이 해당사업에 대한 찬반입장을 밝히면서 선거 쟁점화된 상황이다. 오지훈(더불어민주당·하남3) 경기도의원은 “K-스타월드사업이 충분한 사업성 검토와 면밀한 대책없이 추진되면 고양의 CJ라이브시티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도봉구에 들어설 예정인 창동 아레나 건립사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고 규모인 1만8269석을 갖춘 음악 전문 공연장을 짓는 사업인데 최근 공사가 돌연 중단됐다. 시행사인 서울아레나의 100% 출자자인 카카오가 현재 주가 조작 등 혐의로 사정·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고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 선정 과정에서도 수의계약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해당 사업은 8년간 표류하다 카카오가 출자자로 나서면서 재추진됐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추진했던 한류문화콘텐츠 육성사업도 무산됐다. 광주시는 지난 2020년 평동준공업지역에 아파트 8200여세대를 짓고 분양이익 8000억원으로 K-팝 공연장과 촬영장 건립, 영화제작 등 한류문화콘텐츠 사업을 육성하는 도시개발사업(139만5553㎡)을 추진했다. 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공공기여 성격인 기부채납 규모를 둘러싼 입장 차이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지자체와 SM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추진한 K팝 관련사업도 대부분 무산됐다. 지난 2013년 경기 오산시에 추진된 ‘K-팝 국제학교(스타양성소)’가 특목고로 분류되면서 경기도교육청 인허가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 경남 창원에 건립된 ‘SM타운’도 사업시행자와 운영자, 참여자(SM엔터테인먼트) 간 적자발생 대책 등의 문제로 협약이 해지됐다. 소송 끝에 시가 건물을 기부받고 101억원을 시행자에 돌려주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수년간 공실로 방치되는 등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창원시는 최근 관련조례를 개정해 K-팝에 국한된 콘텐츠를 영화 음식 등으로 다양화해 정상화에 나섰다.

곽태영·방국진·이제형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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