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검사 중징계에 형평 논란

2024-03-05 13:00:16 게재

신성식 이성윤 박은정 줄줄이 해임

‘고발사주’ 손준성 무혐의 처분 대비

신성식·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박은정 광주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줄줄이 해임되는 등 문재인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검사들이 중징계를 받으면서 논란이 제기된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됐으나 징계 청구조차 되지 않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나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가 미뤄지고 있는 ‘라임 술접대’ 검사 등의 사례와 비교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박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 처분을 의결했다.

검사징계법상 징계는 견책, 감봉, 정직, 면직, 해임 등 5단계로 나뉘는데 해임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해임 징계를 받으면 3년간 변호사를 할 수 없다.

박 부장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던 2020년 10월 이른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당시 검사장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법무부·대검찰청 자료를 윤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벌이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징계위는 같은 의혹을 받는 이 연구위원에 대해서도 해임 처분을 의결했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한 검사장 감찰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법무부 감찰위에 무단 제공한 혐의 외에도 지난해 조 국 전 법무부 장관 출판기념회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검찰의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검찰을 모욕·폄훼하는 발언을 하는 등 검사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도 심의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한동훈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신 연구위원을 해임 처분했다. 신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2020년 6~7월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대화 내용이라며 KBS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알린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또 채널A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정진웅 대전고검 검사에게 지난달 말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위반하고 압수수색 방해 행위를 제지하다가 상해를 입은 것처럼 병원에 누워 수액을 맞는 사진과 입장문을 배포하는 등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에서다. 정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로 일하던 2020년 7월 29일 당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충돌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정 검사의 독직폭행 혐의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법무부는 징계를 강행했다.

최근 검사들에 대한 잇단 중징계 처분은 과거 ‘제식구 감싸기’라고까지 비난을 받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대검은 지난해 3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손 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는 수사정보정책관을 맡았다. 통상 재판이 진행중이면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한 뒤 심의를 정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검은 징계시효(3년)를 넘길 위험이 있다며 감찰을 진행해 무혐의 처분해버렸다. 정작 법원은 지난 1월 손 검사장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정 검사는 중징계를 받은 반면,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손 검사장은 징계 청구조차 되지 않은 셈이다.

법무부는 또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신 연구위원을 해임 처분했지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2021년 5월 징계가 청구된 이른바 ‘라임 술접대’ 검사들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처분을 미루고 있다.

징계 수위를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감찰에 근무해봤지만 해임 처분하는 것은 거의 보질 못했다”며 “징계 사유나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보면 징계 수위가 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공소제기가 있는 경우라도 징계사유에 관해 명백한 증거자료가 있는 때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며 “외부위원이 다수인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심의하여 징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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