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바람에 서울 자치구 들썩인다

2024-03-06 13:00:01 게재

구청장과 소속 다른 국회의원 나올라

정당 다르면 자치구 주력사업 영향

“주민자치 강화가 정치 외풍 막는 길”

총선 바람에 서울 자치구들이 들썩이고 있다.

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총선 서울 지역에선 구청장과 국회의원 당선자의 소속 정당이 다른 이른바 '미스매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 의석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41대 8이었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선 기존 24대 1이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구청장 비율이 8대 17로 뒤집어졌다. 국회의원과 구청장의 소속 정당이 엇갈리는 현상이 확대됐다.

27일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신형 투표지 분류기를 시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치구들은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청장과 소속 정당이 다른 국회의원이 당선될 경우 기존에 추진하던 역점사업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 구청장과 당이 다른 전임 구청장이 출마한 경우다. 구청 사업을 잘 알고 있는데다 인간관계까지 유지되고 있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정당이 다른 것보다 중앙-지방 갈등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구청장이 지역 국회의원의 잠재적 최대 경쟁자가 되면서 서로 앙숙이 되는 경우도 생겼다.

지방의회 활동 중단은 총선 바람이 지자체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사례다. 공천 때문에 국회의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방의회 의원들은 총선 기간 선거 운동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의회 회기는 중단되고 지역의 주요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은 선거 뒤로 밀린다.

◆유권자 의식 향상이 주원인 = 하지만 총선 바람에 의한 자치구의 동요가 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당을 떠나 국회의원이 자치구 사업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해졌다는 것이다.

다수의 자치구 관계자들은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당이 달라도 사업을 크게 바꾸지 못한다”면서 “자치구 핵심사업은 대부분 주민들 숙원사업이기 때문에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이에 역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치구 사업이 중앙 정치 바람을 덜 타는 데는 유권자 의식 향상이 기반이 됐다고 지적한다. 지역 일꾼론에 기반한 ‘분리투표’ 현상이 증거로 꼽힌다. 정치권과 언론은 여전히 줄투표가 이뤄진다고 지적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시장은 서울 전체 425개 행정동에서 승리를 거뒀다. 줄투표가 이뤄졌다면 구청장도 모두 국민의힘인 ‘2번’이어야 했지만 8개 자치구에서 서울시장과 구청장을 다른 당으로 뽑는 분리투표가 이뤄졌다. 성동구에선 서울시장과 다른 기호 1번 민주당 구청장 후보가 상대보다 15.2%나 더 얻기도 했다.

구청장과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이 다른 것이 오히려 건강한 긴장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총선은 물론 3번의 지방선거에서 서울은 특정정당이 오랜 기간 독식하면서 ‘물이 너무 오래 고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자치구가 총선 영향에서 이전보다 자유로워진 바탕에는 주민 자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의원이나 구청장이 상대하는 건 모두 같은 주민이다.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주민 요구,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역 사업 등 주민자치의 힘이 중앙 정치의 무리한 개입을 차단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최창수 사이버외대지방행정의회학과 교수는 “구청장의 지역 리더 역할이 실질적으로 확대되고 예산, 조직 등 구체적인 정책집행권도 갖고 있어 총선이 지자체 운영에 끼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지자체장의 역할과 지자체 사업의 독립성이 강화된 것은 지방자치 발전의 성과인 만큼 이의 기반이 되는 주민자치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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