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농민 시위에 인도 모디 총리 ‘골치’

2024-03-08 13:00:03 게재

총선 앞 트렉터 몰고 뉴델리로

23개 농작물 최저가 보장 요구

인도에서 대규모 농민시위가 벌어지며 모디 총리가 위기에 처했다. 14억명 인구 가운데 거의 3분의 2가 생계를 위해 농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농민시위가 오는 5월 치러질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농민 시위는 지난달 중순 펀자브, 하리아나,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수만명이 트렉터를 몰고 뉴델리로 향하며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농민조합 250여개가 참여했고, 동원된 트렉터도 1만5천여대로 추산됐다. 경찰은 도로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최류탄을 쏘며 뉴델리 진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한명의 농민이 숨지며 시위는 더욱 격화되고 있다. 경찰의 바리케이트에 막혀 일단 멈춘 상태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뉴델리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농민들의 주된 요구는 정부가 배급하는 쌀과 밀뿐만 아니라 23개 농산물에 대한 농산물 최저가격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농장 노동자들은 더 높은 최저임금과 연금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2021년 13개월에 걸친 시위에서 정부가 농산물 최저가격제 확대를 약속했음에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농민대표와 총 4차례 협상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는 쌀과 밀 외에 콩, 옥수수, 목화 등 총 5개 작물에 대해 한시적으로 가격을 보장하고 구매하겠다는 안을 냈으나, 농민들은 23개 작물 전체에 대한 가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인도의 ‘뒤틀린 농업정책’에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쌀과 밀 등 곡물을 사들여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때문의 인도 농업정책의 주요 목표는 대부분 가난한 인구에게 충분히 저렴한 식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책 방향이 소비자 쪽으로 크게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도 14억 인구 중 8억명 이상이 주에서 연간 284억달러의 무료 곡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는 예산 보조금에 대한 단일 지출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이는 또한 정부를 농민들의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가 유통하는 밀과 쌀의 가장 큰 부분은 북부 펀자브주에서 조달되는데, 이곳의 농부들은 대부분 만디스라고 알려진 규제가 심한 도매시장 중개인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한다. 이 시스템은 농민들이 농산물에 대해 보장된 최저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가격 담합, 투명성 부족, 무역업자 간의 담합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시위의 배경에는 인도가 고속성장하고 있음에도 농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때문에 농민들은 5월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시위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모디 총리로서는 농민들의 시위가 자신의 총리직 유지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선거 날짜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3월 후반에 델리에서 또 다른 시위가 있을 계획”이라며 “모디 총리가 2020년에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농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없다면 농민들은 정부에게 큰 골칫거리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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