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선 이후로 미룬다

2024-03-12 13:00:02 게재

SMR 첫 반영, 700MW 규모

신규 대형원전 2~4기 추가 건립

국내 에너지산업의 최대 화두중 하나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4월 19일)이후 발표될 전망이다.

관심을 모으는 신규 원자력발전(원전) 규모는 최소 2기, 최대 4기 반영될 가능성이 크지만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이번 전기본에 처음 반영된다. 다만 기존 계획과 달리 신설 원전의 예정부지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한 핵심관계자는 11일 “여당 정치권에서는 원전 등 에너지문제가 총선을 앞두고 이슈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따라서 무리하게 정책을 발표하는 게 아니라 보다 신중하게 최종안을 마련해 총선 이후 발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11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에서 활동 중인 한 관계자는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립이 반영될 계획”이라며 “야당이 탈원전을 주장하는데다, 국민들 가운데도 원전을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 총선 전 이를 공식화하기란 부담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규 원전은 최소 2기에서 최대 4기를 추가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며 “원자력학계를 중심으로 신규 원전 2+1 건설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송전망 확충 못하면 공염불 = 2+1가 부상한 이유는 한마디로 신규 원전 2기는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부족하고, 4기는 설비가 많으니 3기를 건립하자는 주장이다. 정부와 전기본 워킹그룹은 향후 반도체산업, 데이터센터 및 전기차 보급, 탄소중립에 따른 전기화가 확대되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력수요 전망은 △경제성장률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변화율 △장기 기후변화 시나리오 △전기화 영향(기후정책 평가모형) 외에 △산업별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립한다.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일반적으로 2기 또는 4기 등 2기를 한쌍으로 건립한다. 공용설비 및 송전망 활용, 부지매입, 주민수용성 등을 고려하면 2기를 한쌍으로 지어야 경제성·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신규 원전을 건립할 경우 주민동의를 받기도 어렵지만 2기를 건립할 때 약 10조~11조원이 투입된다. 반면 1기를 지으면 7조~8조원이 소요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이번 11차 전기본에 SMR를 처음 반영할 움직임이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한수원 주도로 개발중인 I(혁신형)-SMR 설비를 700MW 규모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송전망 등 전력계통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제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36년까지 송전과 변전 투자에 56조원, 배전에 44조원 등 총 100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 인프라 투자가 완료돼야 11차 전기본 수립기간인 2038년까지 예정된 발전소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송전망 없는 원전 등 설비계획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LNG발전 비중 더 감소할 듯 = 11차 전기본에서는 집단에너지도 새롭게 편입한다. 집단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 열전용보일러 등 1개소 이상의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생산되는 열과 전기를 주거·상업 또는 산업단지에 일괄적으로 공급한다.

지금까지는 전기본과 관계없이 집단에너지사업법을 통과하면 발전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열을 공급하기 때문에 전력계통에 우회로 들어온다는 것과 경직성 전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전기본에 포함시켜 발전사업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11차 전기본에서 주목할 점은 석탄발전소 대체방안이다. 10차 전기본에서는 2036년까지 가동후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 28기에 대해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전환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11차 전기본에서는 LNG로의 전환대신 양수발전이나 무탄소발전소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2038년까지 대체예정인 석탄발전기는 발전5사 통틀어 총 39기에 이른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발전사들에게 ‘발전설비 현황조사 의향서 변경’안을 접수받았다. 이 과정에서 발전공기업들은 폐지예정인 석탄발전소를 양수 또는 수소전소 발전소, 암모니아 혼소발전소 등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했다.

따라서 11차 전기본에서 LNG 발전비중은 기존 계획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0차 전기본에서는 LNG발전비중을 2030년 22.9%, 2036년 9.3%로 제시한 바 있다.

◆양수발전은 원전 확대 염두한 정책 = 양수발전소 증가는 원전을 염두에 둔 정책으로 보인다. 수력발전의 한 형태인 양수발전은 야간이나 전력이 풍부할 때 펌프를 가동해 하부 저수지에 고여있는 물을 상부저수지로 끌어올려 전력이 필요할 때 방수해 발전한다. 하부저수지에 있는 물을 상부저수지로 퍼 올리려면 전력이 필요한데 이때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원전은 수시로 출력을 제한하면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이 나오는 등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적은 야간시간에 생산된 전력을 양수발전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12월말 10차 전기본에 의거한 신규 양수발전 사업자를 선정했다. 한수원(합천)과 중부발전(구례)를 우선사업자로, 한수원(영양), 중부발전(봉화), 동서발전(곡성), 남동발전(금산)을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2035년부터 순차적으로 준공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2년마다 장기 전력수급 전망을 토대로 발전원별 구성비, 송·변전 설비 계획 등을 담은 전기본을 수립한다. 올해 수립하는 11차 전기본은 2024~2038년 기간의 계획을 담는다.

11차 전기본은 에너지안보를 위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경제성(비용효율성) △환경성(온실가스 감축) △안전성 등을 함께 고려하며, 전원믹스는 실현가능하고 균형잡힌 체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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