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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의 결격사유

2024-03-13 13:00:01 게재

올 3월부터 징계처분인 학교폭력 가해자 이력이 대학입학뿐만 아니라 졸업시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학교폭력 조치사항 중 퇴학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영구보존되고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기록은 4년 동안 학생부에 보존된다. 종전에는 2년이었다. 다만 출석정지와 학급교체 기록은 졸업 직전 교내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삭제할 수 있다.

그런데 소년이 소년법정에서 보호처분을 받았더라도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형사법정에서 소년이 형벌을 받았더라도 자격에 관한 법령을 적용할 때 장래에 향해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모두 소년법 규정이다. 형벌이나 보안처분과 같은 형사처분을 받은 기록이 소년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성인이 범죄를 지어 형벌을 받게 되면 흔히 전과(前科)로 불리는 기록이 남게 된다. 이로 인해 헌법의 직업의 자유, 선거권과 피선거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가 제한되고 여러가지 불이익이 발생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평범하게 사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평생 남는 전과기록은 인권의 과도한 제한

공직선거법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한다. 따라서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았더라도 집행이 종료되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은 자’의 피선거권도 제한하고 있다. 전과기록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면서도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위해 실효(失效)제도를 둔 것이다. 따라서 금고 이상 형을 받았더라도 실효되었다면 공직선거의 후보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공직선거의 후보자 등록을 신청하려면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의 범죄경력’에 관한 증명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실효된 형도 포함된다. 따라서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 받은 사실’은 공직선거 후보자를 평생 따라다니며 유권자의 부정적 평가요소에서 삭제되지 않는다.

형벌에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그리고 몰수나 추징 9가지가 있고 형의 경중은 이 순서에 따른다.

전과기록은 결격사유 중 하나다. 결격(缺格)은 적격(適格)의 반대말로 결격사유란 공직이나 일정한 자격 또는 권리를 가지는데 제한이 되는 사유를 말한다. 부적격사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벌이 선고된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전과로 인한 인권의 제한과 불이익이 소멸된다.

예컨대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범죄를 지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지은 범죄가 성폭력범죄나 스토킹범죄인 경우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만 선고받았더라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국가공무원법 제33조, 지방공무원법 제31조, 군인사법 제10조).

그런데 범죄를 지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평생 법관(법원조직법 제43조)이나 검사가 될 수 없고(검찰청법 제33조, 공수처법 제13조), 심지어 ‘자격정지 이상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평생 경찰공무원이 될 수 없다(경찰공무원법 제8조). 판사와 검사 및 경찰공무원에게는 그 밖의 공무원보다 엄격한 결격사유를 부여한 것이다.

전과기록은 변호사의 결격사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범죄를 지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변호사가 될 수 없다. 법률서비스를 공공서비스로 간주하고 변호사에게 일반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결격사유를 둔 것이다.

의료서비스도 법률서비스와 같은 공공서비스

지난해 11월부터 범죄를 지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의료인이 될 수 없게 되었다. 저지른 범죄가 의료범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의료서비스도 법률서비스와 같은 공공서비스로 간주한 것이다.

수련병원을 이탈한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의무를 가진 공공서비스 종사자임을 기억해야 한다.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