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물가 예상치 상회에도 ‘6월 금리인하 유효’

2024-03-13 13:00:02 게재

뉴욕증시 사상최고치 행진 지속 … 코스피도 이틀째 상승

여전히 끈적한 물가, 연준 금리인하 신중론에 힘 실어줄 듯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2월 들어 물가는 전월대비 소폭 반등하며 3%대 초반에서 정체된 모습을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6월 첫 금리인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장의 판단에 뉴욕 증시는 사상최고치 행진을 지속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도 상승 중이다. 다만 여전히 끈적한 물가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신중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오라클 급등= 12일(현지시간)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 넘게 오르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7.33포인트(1.12%) 오른 5,175.27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지난 7일(5157.36)의 고점 기록을 3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5.83포인트(0.61%) 오른 3만9005.4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46.36포인트(1.54%) 상승한 1만6265.64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인공지능(AI) 분야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이날 7.16% 오르면서 이날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2.66%), 메타(3.34%)도 상당 폭 올랐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깜짝 실적’ 발표로 주가가 11.75% 급등 마감했다.

이날 장 시작 전 발표된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와 시장 일각의 우려를 샀지만 증시는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2월 CPI 3.2%, 근원 CPI 3.8% = 미 노동부는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 달 전인 1월 상승률(3.1%) 대비 소폭 오른 수치다. 물가의 단기 변동 흐름을 반영하는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역시 1월(0.3%)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주거비(전월 대비 0.4%)와 휘발유(전월 대비 3.8%) 가격 상승이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에 60% 이상을 기여했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중고차 가격도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를 고점으로 기록한 뒤 둔화 추세를 나타내다가 작년 6월 이후 3%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3.9%에서 2월 3.8%로 떨어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전월 대비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1월과 같았다.

기대를 웃돈 물가 지표 발표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더욱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볼 수 있는 미국 고용과 물가지표를 종합해보면, 고용시장이 서서히 둔화되는 듯 하지만 아직 절대적으로 견조한 편이고, 물가는 에너지 기저효과가 소멸되고 서비스물가가 빠르게 안정되지 않고 있어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딜 소지가 있다”며 “이는 연준위원들이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단행하도록 만드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혹한 이후 2월에 반등한 유가영향으로 에너지 중심 재화물가도 전 분기 연율화 기준 플러스 영역으로 반전했다”며 “이는 물가안정 기대를 깰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연준이 안심하고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쉽지 않은 배경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지속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주식시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S&P500지수는 전일대비 약 1.1% 상승하면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는 실망스러웠지만 주식시장이 이에 크게 개의치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이번 2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미 연준의 6월 금리인하를 크게 흔들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라며 “그 동안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었던 임대료 및 임금 등이 둔화되고 있음은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12일 로이터의 경제학자 대상 서베이에서도 “6월 인하 시작 + 연내 3회 인하” 전망이 대다수로 나타났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 불안이 있어도 연말까지 길게 놓고 봤을 때 디스 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지고 있는 만큼, 3월 FOMC가 쇼크 수준의 매파로 끝나지 않는 이상에야 이 전망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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