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선대위 ‘1+4’ 체제…‘오늘’ 손잡지만 ‘내일’ 경쟁 예고

2024-03-13 13:00:01 게재

한동훈 ‘원톱’ … 나경원 원희룡 안철수 윤재옥 ‘보조’

한 배 탔지만 ‘5인 5색’ … ‘친윤·비윤·멀윤’으로 분류

총선 뒤 전당대회서 겨룰 가능성 … 대선서 만날 수도

국민의힘이 4.10 총선을 지휘할 선거대책위원회 지도부를 구성했다. 당초 ‘한동훈 원톱’이 유력했지만, 조금 손을 봐서 ‘1+4’ 체제로 바뀌었다. 한 비대위원장이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고, 나경원·원희룡·안철수·윤재옥 4명이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보조한다는 것. 이들 5명은 일단은 한 배를 탔지만 정치적 색깔은 ‘5인 5색’이다. 총선 뒤 정국에서 경쟁자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지호소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김영주(영등포갑)·박용찬(영등포을) 후보, 하종대(부천병)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13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당초 ‘한동훈 원톱’ 선대위에 무게를 뒀다. 친한(한동훈) 인사들은 “한 위원장만큼 정치적 경쟁력이 있는 인사가 누가 있냐”며 ‘한동훈 원톱’을 당연시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확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한동훈 원톱’은 유지하지만 중량감 있는 4명을 ‘보조’로 붙이면서 다양성을 보강했다는 해석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12일 “한 위원장이 원톱이고 나머지 4명이 함께 보조를 맞추는 선대위 체제”라며 ‘한동훈 원톱’ ‘보조 4명’ 체제임을 확인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1+4’ 체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당분간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1+4’ 모두에게 총선 승리와 본인의 당선은 절박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1+4’는 의사결정과 행보까지 함께하기 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5인 체제’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한 뒤 “각자 위치에서 우리는 모두가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4’ 협력 관계는 총선 뒤에는 바로 ‘경쟁 관계’로 바뀔 가능성이 점쳐진다. ‘1+4’는 선대위라는 한 배를 탔지만 정치적으론 ‘5인 5색’이라는 평가다.

한 위원장은 검찰과 법무부장관 시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지만, 지난 1월 용산과 사퇴 공방을 벌인 뒤에는 ‘멀윤’(멀어진 친윤)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비윤’으로 분류된다. 나 전 의원은 한때 친윤으로 꼽혔지만, 지난해 3.8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다가 용산과 친윤의 방해 때문에 불발되면서 본의 아니게 비윤으로 바뀌는 신세가 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까지 지낸 안 의원도 용산 뜻을 거스르고 전당대회에 출마했다가 비윤으로 분류된다.

원희룡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 내각에서 일한 ‘원조 친윤’으로 꼽힌다. 친윤이 내세울 수 있는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된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당 주류인 TK 출신인데다, 22대 국회에서 4선이 된다는 점에서 차기 당권주자로 경쟁력 있다는 평가다.

선대위를 이끄는 ‘1+4’가 ‘5인 5색’이라는 해석은 총선 이후 정국에서 이들이 ‘경쟁 관계’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으로 연결된다. 국민의힘은 총선 이후 7~8월에는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

당내 친한 인사들은 한 위원장 주도로 총선을 이긴다면 “당권은 한 위원장이 직접 맡거나 최소한 한 위원장과 뜻을 함께하는 인사가 맡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대표를 맡아 윤 대통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친윤 김기현 체제의 실패를 교훈 삼아 비윤 지도부를 내세우는게 낫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보수층 지지가 높은 나 전 의원이나 중도층·수도권 소구력이 강한 안 의원이 대표를 맡는 게 좋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안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다른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힘을 쏟으면서 당내 지지세를 키우고 있다.

용산과 친윤에서는 차기 대표에는 윤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인사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원 전 장관이나 윤 원내대표가 친윤 후보군으로 꼽힌다.

멀리 보면 ‘1+4’는 2027년 대선에서 경쟁 관계가 될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은 이미 여권의 독보적인 대선주자로 부각됐다. 한국갤럽 차기주자 선호도 조사(5~7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 위원장은 24%를 기록해 여권 내 확고부동한 1위다. 홍준표(2%) 오세훈(2%) 원희룡(1%)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물론 3년 남은 대선 판세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한 위원장과 멀어진 윤 대통령이 ‘제3자’를 지원할 경우 여권 대선경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보조 4인’이 언제든 한 위원장의 대선 행보를 위협할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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