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도태우 공천 유지… '부자 몸조심'?

2024-03-13 13:00:01 게재

보수층·TK 표심 의식 관측

5.18 유족회는 “제명” 촉구

중도층·호남 확장 ‘걸림돌’

국민의힘이 벌써부터 ‘부자 몸조심’에 들어간 것일까. 4.10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구)의 공천을 유지하기로 했다. 총선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국민의힘이 “중도층·호남 확장은 포기하고 보수층·TK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12일 도 후보 공천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출신인 도 후보는 지난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 “조직적인 무기고 탈취와 관련해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가 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도 후보는 당시 “북한 개입 부분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충실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의혹은 결코 공상적이거나 근거가 아주 희박한 것이 아니다”며 “5.18은 자유민주화적 요소가 있지만,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와 야권에서는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5.18 민주유공자유족회는 지난 11일 “국민의힘은 북한 개입설 등 5.18을 왜곡 폄훼한 도태우를 즉각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공천 취소를 넘어 제명까지 압박한 것. 민주당 광주시당은 “앞에서는 5.18 헌법 수록을 말하지만, 뒤에서는 5.18을 폄훼하는 후보를 공천한 국민의힘의 이중적인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도 후보가 두 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점 △5.18 민주화운동 정신에 대한 헌법 가치와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대한 의미를 확고히 인식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존중하고 충실히 이어받겠다고 표방했다는 점 등을 내세워 공천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공관위 결정은 중도층·호남보다는 보수층·TK 표심을 더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도 후보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층·TK 표심을 껴안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정성을 쏟아왔다. 국민의힘은 이미 박 전 대통령 측근 유영하 변호사에게도 단수공천을 줬다. 보수층·TK 표심을 의식해 도 후보 공천도 건들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판세가 유리해졌다고 보고,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다. ‘부자 몸조심’이란 얘기다.

공관위의 ‘부자 몸조심’은 중도층·호남으로의 확장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중도층과 호남은 일부 극우진영의 5.18 폄훼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국민의힘이 도 후보의 5.18 폄훼 발언에 면죄부를 준 데 대해 중도층·호남이 냉소적일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호남 지역구 28곳 전체에 공천을 하고, 한 위원장이 오는 15일 호남을 찾으면서 ‘호남 구애’에 나서지만 도 후보 공천으로 인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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