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기론 재연…한동훈, 위기대응 능력 시험대

2024-03-14 13:00:19 게재

반사이익 끝나니 악재 잇따라 … 이종섭 출국·5.18 폄훼·물가 급등

판세 원점 복귀될 판 … “시장 셀카·이재명 비판만으로는 대응 한계”

4.10 총선이 2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기로에 선 모습이다. 민주당 ‘공천 내분’의 반사이익이 끝물로 접어드는 시점에 여권발 악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 돌고돌아 판세가 원점으로 복귀할 판이라는 분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속출하는 악재를 외면하면서 아직까지는 셀카와 이재명 비판만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 위원장의 위기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공천 면접 향하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국민의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리는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공천심사 면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벌어놓을 걸 다 까먹는 느낌” = 14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민의힘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다. 올들어 민주당 ‘공천 내분’의 반사이익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지만 공천이 마무리되자 반사이익도 끝물에 접어든 것. 한국갤럽 조사(5~7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주 전보다 3%p 떨어진 37%를 기록했다. 민주당(31%)와 조국혁신당(6%)을 합친 지지율과 같다.

이 시점에 여권에 악재가 될 만한 일들이 속출했다. 정권심판론을 피해 한 발 뒤로 물러나있던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었다. 야당은 “핵심 피의자를 대사로 내보내서,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다시 정국 한복판에 등장하면서 정권심판론을 재소환한다는 한탄이 여권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총선 후보들의 과거 막말이 뒤늦게 드러난 것도 악재로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출신인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는 지난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 “조직적인 무기고 탈취와 관련해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가 된다”고 발언한 사실이 물의를 빚었지만 국민의힘은 “도 후보가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공천을 유지했다. 장예찬 후보(부산 수영)도 과거 SNS에 올린 ‘난교 발언’이 문제가 됐지만 여당은 “후보 결정을 취소할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대응했다. 경선에서 이기자마자 지역구에서 ‘당선 파티’를 연 박덕흠 의원에 대해서도 ‘경고’로 끝냈다. 조수연 후보(대전 서갑)는 과거 SNS에 “(백성들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사과하기도 했다.

물가 급등도 여권에는 악재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달만에 다시 3%로 올라섰다. 과일값은 무려 38.3% 뛰었다. 1991년 9월 이후 32년 5개월만에 최대폭이다. 서민들로부터 “정부·여당은 대체 뭘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총선 판세는 원점으로 돌아갈 지경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3일 “올초에는 ‘한동훈 효과’와 ‘야당 공천파동’ 덕분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는데, 그 약발이 다 끝난 것 같다”며 “때마침 악재들까지 터져서 벌어놓은 걸 다 까먹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도태우, 선당후사 결단” = 한 위원장으로선 여당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맞닥뜨린 기로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리면 됐지만, 새로운 위기상황에 직면한만큼 비상한 대책을 내놔야하는 처지다.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위기대응이라고 보기에는 안일해보인다”고 우려한다.

한 위원장은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과 사하구 ‘괴정골목시장’, 경남 김해 ‘외동전통시장’을 찾는다. 시장에서 주민들과 셀카 찍는 ‘한동훈식 유세’를 거의 매일 반복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2일 영등포를 방문해 “이재명 대표가 여기 와서 한바탕 욕만 쏟아내고 갔는데, 그걸로는 영등포 시민의 삶을 개선시킬 수는 없다”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하루도 안 빠지고 이 대표를 비판한다. 한 위원장은 셀카와 이재명 비판만을 앞세워 총선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여권이 새롭게 직면한 위기에는 ‘한동훈다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현아 전 의원의 공천 취소를 주도했던 한 위원장은 공관위의 도태우 후보 ‘공천 유지’에 대해선 후속 대응이 없다. 이종섭 대사 임명에 대해선 “인사에 대해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며 대응을 피했다.

국민의힘 공동 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1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종섭 대사 임명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여권이 이 대사의 임명 철회도 건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조치도 고려사항 중 하나가 돼야 한다”며 “여러 검토를 통해 한 위원장이 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도태우 후보에 대해서도 “당은 재재를 논의하고, 후보는 선당후사를 위해 결단하는 것이 정도이고 국민의 눈높이”라고 밝혔다.

여권 인사는 13일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서 악재를 거침없이 돌파하는 ‘한동훈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셀카와 이재명 비판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얘기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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