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열린민원실' 최근엔 '안전민원실'

2024-03-14 13:00:15 게재

증가하는 '악성민원'에 달라진 민원실 풍경

2년 전 ‘민원처리법’ 첫 개정 후 안전 최우선

최근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상에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공무원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는 등 갈수록 증가하는 ‘악성민원’에 지방자치단체들의 민원실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열린공간’을 지향했던 민원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악성민원을 겪으면서 차단막이 설치되고 안전요원이 배치되는 등 ‘안전한 민원실’로 변모하고 있다.

악성 민원 대책 및 인력확충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간부와 조합원들이 8일 경기 김포시청 앞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공노총 제공

13일 전국 시·도에 따르면 지자체마다 악성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악성민원에서 직원을 보호하는 일터 존중 캠페인을 벌인다. 상호존중 안내문을 제작해 구청 행복민원실 등 민원 관련부서 및 17개 동주민센터 민원창구에 배포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전체 동주민센터에 ‘웨어러블 캠’(목걸이형 캠코더)를 지급했다. 민원실 비상상황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민원 유형별 응대방법 강의도 준비한다.

전북 전주시는 지난 8일 공무원 보호 대책 수립을 위해 경찰과 합동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전주시는 각 부서별 출입구에 있는 직원배치 현황판에서 얼굴사진을 삭제하고 현장에 출동하거나 일직·숙직 등 긴급연락이 필요한 경우 업무폰을 제공한다.

경북 경주시도 직원보호용 영상촬영장비 보급, 청원경찰 배치, 행정종합배상공제 가입, 직원 심리상담 등 직원보호대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 23개 읍면동 민원실에 CCTV 비상벨 안전유리 녹음전화 등을 설치했다.

광주광역시 서구의회에선 악성민원인 대응을 위해 행정복지센터 등 20곳의 민원실에 청원경찰을 순환배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백종한 서구의원은 최근 열린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전국적으로 민원인의 위법행위 건수가 심각한 수준으로 늘고 있어 공무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공무원의 인권침해적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고 보호와 안전을 위해 청원경찰을 상황에 따라 순환배치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전국 지자체들이 ‘안전한 민원실’ 만들기에 나선 것은 지난 2022년 7월 민원처리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해당 법안 및 시행령 개정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 ‘민원행정 및 제도개선 기본지침’을 전국 지자체 등 행정기관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제·개정해 민원처리 담당자의 안전 보장 차원에서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CCTV 목걸리형캠코더 등 안전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강원도 한 지자체는 지난해 6월 민원창구의 아크릴 가림막을 강화유리로 교체하기도 했다. 앞서 전국 지자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민원실에 아크릴 가림막이 설치했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만해도 지자체들은 원스톱 민원처리를 강조하며 ‘열린(종합)민원실’ 만들기에 주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가 2012년 10월 신청사 1층에 마련한 ‘열린민원실’이었다. 열린민원실은 129개 민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하고 안전요원이 아닌 안내도우미를 배치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오픈형 디자인으로 시민 접근성도 높였다. 서울시만이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 ‘열린민원실’ 바람이 불었다.

경기도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민선 5기 이후로 시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지자체의 대표사무가 열린민원실 운영, 민원서비스 품질 향상이었다”며 “코로나19를 거치고 악성민원이 증가하면서 정부 지침이나 조례에 따라 민원인과 공무원 모두가 안전한 민원실을 만드는 게 최대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최근 인사혁신처·국민권익위원회·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악성민원 대응TF를 꾸리고 악성민원 등과 관련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곽태영 최세호 이제형 방국진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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