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대사 출국파장 확산일로

2024-03-14 13:00:35 게재

수사기관 반대에도 법무부 출금해제

“신병확보 필요, 해제 이례적” 지적

공수처 ‘범인 도피’ 의혹도 수사 착수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출국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반대 의견에도 법무부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한 비판이 거세다. 이 전 장관의 출국으로 채 상병 사건 수사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출금해제 관련 고발사건 수사에도 착수했다.

14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공수처가 어떤 입장을 냈는지와 관련해 공수처에 질의한 내용과 공수처의 답변을 공개했다.

공수처는 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법무부 요청에 따라 해당 사건 피의자의 출금해제 이의신청에 대해 수사기관으로서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원칙적인 입장을 의견으로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그는 지난해 7월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넘기겠다는 해병대수사단 보고서에 직접 결재를 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뒤집고 경찰에 이첩된 자료를 회수하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와 관련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은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해 어쩔 수 없다고 국방부 장관이 말했다’는 얘기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수사 외압의 당사자이면서 윤 대통령의 연루 의혹을 규명할 핵심 피의자인 만큼 공수처가 그의 출국을 반대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법무부는 공수처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이 지난 4일 호주 대사로 임명된 지 나흘 만이며 급하게 이뤄진 공수처 조사를 받은 지 하루 만이었다. 해당 수사기관의 반대 의견에도 피의자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 목적의 경우 무죄가 확정적일 때를 제외하고는 출국금지가 해제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수사기관이 출국금지를 통한 신병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도 출국금지가 해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최근 5년간 수사기관이 요청한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신청 6건을 인용했다"며 "6건 모두 수사기관은 출국금지 해제에 동의하지 않았으나 출국금지 필요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해 이의신청을 인용하고 출국금지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사유로 그동안 출국금지 조치가 수회 연장됐음에도 단 한 번의 소환조차 없었고,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조사 받고 증거물을 임의제출하면서 향후 조사가 필요할 경우 적극 출석해 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이 약속대로 수사에 협조할 지는 불확실하다. 이 전 장관은 공수처 조사에서 본인의 입장이 담긴 진술서와 휴대전화를 제출했는데 그가 제출한 휴대전화는 사건 당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후 교체한 휴대전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사용하던 업무수첩도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이 전 장관의 약속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이 전 장관의 출국과정 전반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종섭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 외압 의혹 수사에 대한 ‘방해’ 의혹으로 커진 모습이다.

박 의원은 “이 전 장관을 숨기고 해외로 도피시킨 것은 권력을 이용한 조직적 범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사건 축소 수사 외압에도 모자라 피의자 해외 도피에까지 가담한 모든 처벌받을 사람들을 반드시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 논란과 관련한 고발 사건을 채 상병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과 조국혁신당, 녹색정의당 등은 지난 11일 이 전 장관 출금해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과 범인도피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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