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사적연금 활성화 위해 '세제혜택 확대' 필요

2024-03-15 13:00:01 게재

세금 납부 방식 다양화 … 일시금 수령시 세율 높여야

고령화와 저출산의 급속한 진행으로 연금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특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기금 소진 우려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사적연금의 역할이 더 증가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납부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자본시장연구원의 김갑래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연금세제의 특성분석 및 개선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등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는 사적연금시장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세제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사적연금 세제혜택 상품의 다양성 부족 △퇴직급여의 연금화를 위한 세제정비 부족 △소득공제(또는 세액공제)의 한도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한도조정이 경직적”이라고 지적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과 호주의 경우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이 대규모다.

미국의 401(k) 연간 적립한도는 6만1000달러다. 호주의 퇴직연금 기여금한도는 적격기여금이 2만7500호주달러, 비적격기여금이 11만호주달러로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김 연구위원은 “은퇴 이후 소득을 충분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득이 사적연금에 축적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기여금에 대한 세제혜택임을 알 수 있다”며 “사적연금의 기능강화를 위해서는 세제혜택의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의 사적연금 세제혜택이 주로 소득공제방식임을 감안할 때 국내 세제혜택 방식인 세액공제는 세제혜택 효과에 있어서 해외사례에 비하여 낮은 편이다. 소득공제의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액공제 한도를 점진적으로 높여갈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연금 상품과 세제혜택의 제공방식 또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제기했다. 근로자들이 자신에게 최적화되는 상품을 선택해 은퇴설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연금에 부과되는 세금은 납입단계에 대한 비과세(Exempt),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비과세(Exempt), 연금소득 수급단계에서의 과세(Taxed)로 요약되는 EET 방식이 기준이다. 납입 시에는 납입액에 소득공제혜택을 주고, 인출 시에는 원금과 이자가 모두 과세 된다. EET는 납입에서 인출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특징을 지닌다.

반면 미국의 경우 연금상품은 기본적으로 EET방식으로 설계하지만 TEE방식의 연금상품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TEE 방식은 납입단계에서 과세, 투자보유단계에서 비과세, 인출단계에서 비과세가 된다.

이 방식에 따르면 가입자는 비과세혜택을 받고 언제든지 인출 할 수 있어, 인출로 인한 페널티 없이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는 이점을 가지게 된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국가들이 다양한 유형으로 EET 및 TEE 방식의 세제혜택을 허용하고 있음을 감안해 국내에서도 연금가입자의 선택의 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의 소득흐름에 대한 예상을 바탕으로 은퇴 이후의 소득설계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EET방식뿐만 아니라 TEE방식의 상품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에서는 일시금 수령에 대해서는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사적연금을 연금의 형태가 아니라 일시금의 형태로 수령하는 관행을 줄이기 위해 일시금 수령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일시금 수령에 대해 세제적 불리함을 주거나 또는 금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과도하게 높은 일시금 수령을 연금수령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세제적 유인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수급개시자 중 연금형태로 수령한 비중은 현재 7.1%(계좌 기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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