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스텔란티스 페라리 기아 타타 ‘날개 달았다’

2024-03-15 13:00:01 게재

내일신문 ‘글로벌 자동차업체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분석

잘나가는 기업들 공통점은 ‘실적 호조와 전기차 숨고르기’

올해 들어 시가총액(시총) 사상최대치를 경신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실적향상과 성장기대감이 주요인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순수 전기차 포트폴리오 구축을 숨고르기 해온 브랜드라는 특징도 있다.

테슬라 등 전기차 주력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성장률 둔화, 극심한 가격경쟁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거나 주춤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15일 내일신문이 상장사 시총 데이터 제공사 컴퍼니스마켓캡(CompaniesMarketCap) 자료를 토대로 ‘글로벌 자동차업체 시총 상위 20개사’를 분석한 결과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은 “2023년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반도체 수급상황이 개선되며 많은 기업들의 판매가 증가했다”며 “그러나 전기차 부문에 의욕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던 기업들의 경우 전기차 판매부진에 따른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도요타 스텔란티스 페라리 기아 타타 마힌드라 등 6개사는 2~3월 시총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기업들(기아 제외)은 전기차 투자계획을 축소·연기하거나 상대적으로 신중한 전동화 전환정책을 추진하며 수익성 위주 제품전략을 펼친 것이 시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전략이 상승세 이끌어 = 도요타는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연결 순이익 전망치를 전년대비 84% 증가한 4조5000억엔으로 추산했다. 영업이익은 4조9000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1100만대를 판매해 4년 연속 신차판매 1위를 기록했다.

세계시장은 고금리, 고물가, 전기차 인센티브 축소 등 전기차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유가가 이어지며 연비·환경성이 좋은 하이브리드차 선호도가 증가한 점은 도요타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스텔란티스는 2023년 세계시장에서 순매출 1895억유로, 순이익 186억유로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6%, 11% 증가한 수치다. 지프 푸조 스트로엥 등 18개 자동차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북미와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고르게 성장하며 가치를 높였다. 이 회사는 한번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309만대를 판매해 매출 99조8084억원, 영업이익 11조6079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여기에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계획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타타와 마힌드라의 경우 인도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성장잠재성 등에서 호평받은 것으로 보인다. S&P글로벌은 최근 인도 경제성장률을 6%에서 6.4%로 상향조정했다.

인도는 2021년말 기준 자동차 1대당 18.9명, 인구 1000명당 차량 보유대수가 53대에 불과해 자동차시장 성장가능성이 크다. 세계 평균 1000명당 보유대수는 199대다. 타타와 마힌드라의 전기차시장 전환은 경쟁 글로벌 기업보다는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테슬라, 수요부진·할인경쟁 격화로 고전 = 내일신문 조사결과 13일 기준 시총이 지난해말 종가보다 하락한 기업은 테슬라 포드 GM 만리장성모터스 등 4개사 뿐이다.

이중 테슬라의 하향세는 전기차 주력업체 현실을 단면으로 보여준다.

13일 기준 테슬라 시총은 5654억달러로, 지난해 종가 7899억달러보다 28.4% 줄었다. 2021년 11월 세웠던 사상최대치 1만2300억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테슬라의 시총 하락원인은 전기차 수요 부진에 자동차업체간 할인경쟁이 격화되고, 이에 따른 수익성이 악화됐다. 당분간 분위기 반전을 꾀할 소재가 부족하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장은 “테슬라 주가회복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 자체로는 사이버트럭의 가동률 개선과 북미시장에서 완전자율주행(FSD)이 상용화되는 하반기에 주가 회복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드는 연말대비 1.4% 감소한 481억달러다. 사상 최대치(2022년 1월 1006억달러)와 비교하면 60% 가까이 하락한 금액이다.

GM은 13일 기준 시총이 453억달러달러로 연말대비 7.9% 감소했다. GM의 시총 사상최대치는 2021년 11월 920억달러였다.

권은경 실장은 “테슬라와 포드, GM의 시총 하락원인은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른 공격인 할인공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드와 GM은 전기차 부문의 경쟁심화로 재고가 증가했으며, 지난해 9월말부터 발생한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파업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비록 전기차 시장수요가 둔화되고 있지만 기존 투자계획 축소 및 철회는 미래지향적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판매대수가 증가했음에도 향후 전기동력차 시대 주도권에 의문이 생기며 시총의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BYD, 중국 패널티 속에서 성장가능성 여전 = 중국 전기차기업의 선두주자인 BYD의 주가흐름도 글로벌 자동차시장 판도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BYD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52만6409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48만4507대 판매에 그친 테슬라를 제치고 순수 전기차판매 세계 1위에 올랐다.

BYD는 이러한 흐름이 선반영돼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자동차회사 중 테슬라, 도요타에 이어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다 세계적으로 전기차시장의 성장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는 주춤했다. 13일 기준 BYD 시총은 820억달러로 지난해 말 종가 808억달러보다 1.0% 증가했지만 순위는 6위로 내려앉았다.

테슬라의 주가하락 이유와 비슷하게 전기차 성장률 둔화, 가격경쟁 심화가 주가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블룸버그 자료를 인용해 작성한 ‘2024년 전기차 및 청정운송부문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9%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중국의 전기차 충전용 전력소비량은 전년보다 46% 증가한 52테라와트시(TWh)로, 그리스 전체 전력소비량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미국과 경제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미중 무역갈등과 유럽의 정부보조금 이슈 등 세계적으로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BYD 시총에 반영됐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트럼프 미국 대통령후보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멕시코공장 건설을 통한 미국으로의 우회진출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부정적이다.

임은영 팀장은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하락으로 외국인들의 자금이 중국시장에서 빠져나오면서, 중국기업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BYD의 성장가능성은 여전하다. BYD는 세계 완성차기업 중 유일하게 전기차-배터리-차량용 반도체를 모두 자체 생산하고 있다. 공급망 위기가 상대적으로 덜한 셈이다.

권은경 실장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남미, 동유럽 지역 등 전동화 전환속도가 지연된 제3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보조금을 상쇄하는 가격경쟁력과 반도체와 배터리, 광물수급, 해상물류까지 내재화하고 있는 만큼 성장가능성은 높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저평가” 우상향 기대 = 기아는 사상 최대 실적에 따른 사상 최대 시총을 기록한 반면 현대차는 아직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시장에서 730만4000대를 판매해 도요타그룹(1123만3000대), 폭스바겐그룹(924만대)에 이어 세계 판매량 3위를 차지했다. 2022년 처음으로 빅3에 올라선 이후 2년 연속 3위자리를 지키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르노-닛산-미쓰비시와 GM그룹, 스텔란티스가 4~6위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시총 13위(446억달러), 17위(38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상승가능성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임은영 팀장은 “현대차는 3년 연속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주주환원 정책 강화 가능성으로 주가는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던 스타트업들 고전 = 한편 글로벌 자동차업계 시총 상위 20개사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독일과 중국이 각각 4개사로 가장 많고, 미국와 인도가 각각 3개사로 나타났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각 2개사, 네달란드와 이탈리아는 1개사씩이었다.

독일은 자동차명가의 위상이 여전했다. 포르쉐(3위, 880억달러) 메르세데스-벤츠(5위, 849억달러) BMW(7위, 790억달러) 폭스바겐(9위, 708억달러) 등 4개사가 상위 10위에 포함돼 있다.

한때 ‘제2의 테슬라’로 떠오르며 부상했던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움츠린 모습이다.

미국의 전기차기업 리비안은 2021년 11월 상장당시 시총 1272억달러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2024년 3월 13일 현재 121억달러로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순위는 28위다.

테슬라를 퇴직한 핵심 엔지니어들이 주도한 루시드도 2021년 1월 시총이 965억달러에 달했으나 현재 67억달러(38위)로 주저앉았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3인방 리오토 니오 엑스팡 중에선 리오토만 선전하고 있다. 같은 기간 리오토 시총은 398억달러로 글로벌 전체 기업중 기아보다 한단계 위인 16위에 올라있다.

반면 니오는 130억달러(27위), 엑스팡은 99억달러(36위)로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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